16. 힘의 원천

나는 알코올 중독자의 아내였다

by 스칼렛

성현이가 중학교에 입학했고 급식비를 밀릴 형편으로 경제상황이 악화됐다. 남편은 쉼 없이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쳐대고 나는 그걸 수습하느라 여기저기 돈을 빌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때가 가장 처절하게 내 자존감이 바닥을 쳤을 때였다. 난 그때만 해도 어떻게든 남편을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갖은 애를 쓰던 때였다.


성장기 아이들과 알코올 중독자인 남편을 한 집에서 캐어한다는 것이 위험하다는 걸 교육을 통해 알았지만 병원에 입원시킬 여력도 없었다. 지금이야 사회보장제도가 좋아져서 의료보험 혜택을 볼 수 있지만 그때만 해도 아무런 사회적 보장이 되지 않던 때였다.


어느 날 친정에 갔는데 남편이 술을 마시고 떡이 되었다. 너무나 부끄러웠다. 이혼을 하겠다는 말을 처음으로 했었다. 그때 친정어머니가 나섰다.

"어차피 지금도 네가 벌어 사는데 조서방이랑 이혼하면 뭐가 달라진다냐?"

"엄마. 적어도 저 인간은 내가 안 벌어 먹여도 되잖아요."

어머닌 이유가 그 때문이라면 조서방 먹을 것은 어머니가 대주겠다고 했다.

"생각하면 불쌍한 사람 아니냐. 인물이 빠질까, 배움이 빠질까, 어디다 마음을 빠쳐서 저러 능가는 몰라도 네가 안 거두면 사람이 어찌 되겠어. 생판 모르는 남도 돕고 살란지라 아그들 아버지 아니냐. 너만 못한 사람도 다들 잘 살더라. 조서방이 술 곤조는 나빠도 속이 나쁜디는 없고 너도 남 안 나온 대학까지 나왔는데 입 하나 더 못 먹여 살리겠냐. 너희 아그들 생각해서라도 조서방 먹을 것은 내가 대마."

그때부터 매년 쌀 20kg 쌀 10개씩이 배달되었다.

일 년 내내 먹을 김장도 해 보냈다.

밤, 감, 감자, 참기름, 들기름..... 안 보낸 것이 없다.


두고 먹기 좋게 마늘을 엮는 아버지

곶감을 싸는 어머니


어찌 보면 조서방을 먹여 살린 건 친정부모님이다. 그러나 그 조서방이 장인 장모님이 정성껏 보낸 음식을 먹고 집에서 돈은 안 벌어와도 사고만 안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말이다. 어머니가 이혼을 말리고 3년 후쯤 우리 집에 다니러 왔다가 방에 틀어박혀 화장실 갈 때마저도 비틀거리는 남편을 보고 많이 울었다.

"내가 내 속도 모르고 이혼을 반대한 걸 후회한다. 참말로 너도 불쌍하고 저놈도 안됐다.

사람들은 나에게 회복탄력성이 좋다고 말한다. 어려운 일을 당해 앓아누웠겠다 싶어서 문안을 오면 마당에서 흙을 파고 있다고 말했다. 그 힘의 원천은 바로 농사꾼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사실을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