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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칼렛 Nov 13. 2021

11. 이어도의 여인들

이어도 설화 동화 _여돗할망 이야기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더니 여인국 이어도에 고동지란 사내가 별님의 집에서 숨어 살고 있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펴졌어요. 이어도의 여인들은 한곳에 모여들어 고동지를 추방해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어요. 벽장 속에 숨어있던 고동지는 구차한 생각이 들었어요. 고향의 아내가 생각나 구슬픈 마음이 되어 피리를 불었어요. 피리 소리는 슬프고 처연하여 그 구슬픔이 멀리 퍼져나갔어요

“아니 이게 무슨 소리요?”

“고동지님이 부는 피리 소리랍니다.”

별님이 새초롬한 표정으로 대답했어요.

“세상에. 어찌 이리 구슬픈 곡조랍니까? 화살이 날아와 가슴을 뚫고 들어온 듯 마음이 아픕니다.”
 “우리는 그동안 희로애락의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하고 배고픔도 없이 평화롭게만 살아왔지요. 그러나 어제 같은 오늘을, 또 내일 같은 오늘을 살고 있을 뿐이란 생각이 들어요.” 

이어도의 여인들은 고동지가 부는 피리 소리에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마음이 들어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어요. 고동지의 피리 소리를 듣고 이어도 여인들은 눈물까지 흘렸어요. 여인들은 앞다투어 고동지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어요. 하지만 고동지의 마음엔 강심뿐이었어요. 고동지는 자나 깨나 고향의 아내와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고향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내느라 골몰하였어요. 

이어도는 바닷속 깊은 곳에 있기에 고향으로 가려면 풍랑이 높이 이는 날 바위 꼭대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했어요. 날이면 날마다 고동지는 바위 위를 오르고 또 올랐어요. 그렇게 세월이 한참 흐른 어느 날, 고동지는 드디어 파도를 거슬러 올라 바위에 걸터앉을 수가 있었어요. 고향을 그리며 바위에 올라앉아 사방을 둘러보았어요. 망망대해 푸른 바다 한가운데서 아무리 둘러보아도 돌아갈 배가 없었어요. 풍랑이 세게 일었기에 이어도를 오가는 배들은 모두 풍랑에 휘말려 흩어지고 말았기 때문이지요. 크게 상심한 고동지는 멀리 고향 바다를 바라보며 피리를 불었어요. 고향에 있는 가족을 그리는 마음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갔어요. 이어도의 여인들도 고동지의 피리 소리를 들으며 눈물을 훔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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