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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칼렛 Nov 13. 2021

12. 맷돌노래

이어도 설화 동화 _여돗할망 이야기


고동지 아내 강심은 아들 마농을 낳았어요. 예로부터 제주 사람들은 아들을 낳으면 바닷속에 빠져 물고기의 밥이 될 거라 슬퍼하고 딸을 낳으면 살림을 일궈 효도할 아이라 하여 기뻐하였어요. 그러나 지금은 딸이 아니라 아들인 것이 참으로 다행이었어요. 딸을 낳은 집들은 공녀로 끌려갈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어요. 강심은 홀로 아들을 낳아 키우며 늙은 시아버지를 봉양하며 살고 있었어요.     

이어도 허라 이허도 허라

이어, 이어 이어도 허라

이어도 가면 나 눈물 난다

이어도 말랑 말앙 가라

강남을 가난 해남을 보라

이어도가 반이 엥 해라         

12-2

강심은 맷돌을 돌리다 말고 고동지를 향한 그리움에 눈물을 흘렸어요. 그때 아들 마농이가 맷돌을 갈고 있는 강심에게 다가와 물었어요.

“어머니, 저는 왜 아버지가 없나요?” 

“그게 무슨 말이냐? 네가 아비가 왜 없단 말이냐. 네 아버지는 동네 처녀들을 구하기 위해 원나라에 말을 바치러 바닷길을 떠났단다. 풍랑을 맞아 배가 부서져 집으로 돌아오시지 못하는 걸 거야.”

강심이 눈물을 삼키고 말했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인가요?”

“아니다. 아버지는 이어도에서 잘살고 있을 거야.”

“이어도에서요?”

“예부터 탐라는 여러 나라와 무역을 하며 살아왔단다. 바다에서 목숨을 잃는 일이 다반사였지. 물에 빠진 사람도 얼굴이 온전히 보전된 사람들은 용왕님이 목숨을 살려주어 바닷속에서 또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전해진단다. 아버지가 중국으로 말을 조공하러 떠날 때 이 어미는 시집올 때 입고 온 치맛단을 잘라서 버선을 지어드렸단다. 풍랑을 맞아 배가 뒤집히면 얼른 버선을 머리에 뒤집어쓰라고 알려드렸단다. 네 아버지는 능히 그리하셨을 거야.”

“그럼 어머니는 아버지가 이어도에 살고 있다고 믿으시는 거예요?”

“아무렴. 아버지는 반드시 이어도에서 잘 살고 계실 거다.”

강심은 어린 아들에게 고동지가 말을 싣고 떠난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어머니! 이어도는 어디쯤 있나요?”

“강남 가는 길 절반쯤에 있는 곳이지. 송나라 때는 전라도 해남의 관두량에서 강남으로 가는 무역선이 줄을 이었단다. 이어도는 해남에서 강남 가는 길 절반쯤에 있단다. 그곳에는 배고픔도 없고 슬픔도 없는 곳이라고 전해지고 있어. 이어도에서는 돌밭을 일구지 않아도 연꽃 위에 앉아서 쌀밥을 먹을 수 있는 살기 좋은 곳이란다.”

“어머니, 아버지가 보고 싶어요. 아버지는 언제 돌아오나요?”

어린 아들은 날마다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보챘어요. 그럴 때마다 강심은 어린 아들을 꼭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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