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를 켠 용은 다시 한 번 천하(天下)를 넘보는가
학교에서 시험을 칠 때 있었던 일이다. 배정받은 대기실에 들어서니 한 학생이 햄버거 세트를 먹고 있었다. 하필 대기실에 남은 자리가 하나뿐이라 어쩔 수 없이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내가 앉은 뒤로도 그는 한참이나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콜라로 입가심을 하고는 시원하게 트림까지 했다. 행색과 읽고 있는 자료를 보아하니 중국인 같았다. 인종이나 국적을 잣대로 색안경을 끼고 싶지는 않지만 '역시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의 이야기. 스타벅스에서 음료를 받아 자리에 앉으니 옆 테이블의 청년이 눈에 띄었다. 큰 소리로 통화하는 것을 들으니 중국인 같았다. 그는 테이블 한켠에 큼직한 몬스터 캔을 두고 연거푸 마시고 있었다. '스타벅스는 외부 음료도 반입 가능하니까'라고 생각하며 노트북을 폈는데 진짜 문제는 그 후에 일어났다. 그는 몬스터를 들이킬 때마다 계속해서 트림을 했다. 그것도 아주 우렁차게. 5분에 한 번꼴로 그 우렁찬 트림 소리를 들으며 자리를 옮겨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그는 3연속 트림이라는 기예(?)를 선보였다.
이쯤 되니 불쾌함을 넘어 호기심이 싹텄다. 어째서 중국인들은 태연하게 저런 행위를 할 수 있는 걸까. 물어볼 중국인 지인이 없어 일단 검색해봤다. 출처는 불명확하지만 중국에서 트림은 잘 먹었다는 인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 두 번째 의문. 왜 그들은 트림을 불쾌하게 여기는 한국의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가. 적어도 대기실 옆자리에 앉았던 학생의 경우, 학교 특성상 한국 문화에 대해 높은 수준의 이해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따라서 몰라서 그러는 것이 아닌, 타문화에 대한 존중이 없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필자가 구태여 경험담을 늘어놓지 않아도 중국인들의 이러한 행태는 세계인이 공유하고 있는 '상식'이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 현지 점원에게 소리 높여 중국어로 말하는 그들에게 배려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2024년 광둥성에서 40대 중국인 남성이 등교하던 일본인 초등학생을 살해한 사건에서도 극단적 자국중심주의의 단면을 볼 수 있다.
문제는 중국 공산당의 정책 역시 이러한 시민 의식을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확언할 수는 없지만, 둘은 이상할 정도로 닮아 있다.
흔히 중국의 산업을 지칭할 때 '굴기(崛起)'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중국의 관영 방송 CCTV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대국굴기(大國崛起)에서 따온 표현으로, 표준대국어사전에 따르면 '몸을 일으킴. 혹은 보잘것없는 신분이었다가 성공하여 이름을 떨침'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사전적 의미대로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산업과 경제는 눈부신 성장을 거뒀고, 기어이 2010년에는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G2 반열에 오르게 됐다.
굴기를 통해 대국(大國)의 자긍심을 되찾은 중국은 대만을 비롯한 주변국에 대해 폭력적 언행을 서슴지 않는 '전랑(戰狼)외교'를 전개하고 있다. 2023년 6월, 당시 주한 중국 대사였던 싱하이밍(邢海明)은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미국의 승리와 중국의 패배에 베팅한다면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며 협박에 가까운 훈계를 했다. 재임중 그가 했던 다른 발언들을 살펴봐도 주권국가에 대한 존중은 찾아볼 수 없다. 애초에 대한민국을 주권국가로 보고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내내 중국은 글로벌 패권에 도전할 생각이 없다는 취지의 메세지를 반복하며 꼬리를 말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우리가 '세계의 공장' '마데 인 차이나(made in china)'라고 조롱하던 중국은 이제 없다. 가성비를 내세운 중저가 제품에 집중하던 중국 제조사들은 이제 명동 백화점에서 삼성・LG와 경쟁한다. 달 탐사선 '창어 6호'는 인류 최초로 달 뒷면 토양 채취에 성공했고, 중국 해군의 함정 수는 이미 5년 전에 미국을 앞질렀다.
2012년 갓 취임한 시진핑 주석은 '중국몽'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2050년이 되기 전에 미국을 앞지르겠다는 포부를 모두 망상이라며 비웃었다. 하지만 13년이 지난 현재, 여전히 달성 여부는 알 수 없고, 시진핑 정권은 풍전등화의 처지이지만 중국이 그 '꿈'에 퍽 가까워졌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 꿈이 이뤄졌을 때 중국은 과거 왕조 시절 그랬듯이 다시 한 번 한반도를 넘볼 것이다.그저 불쾌하기만 했던 중국이 이제는 두려워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