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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의 운명적 만남

브레이킹배드 Heisenberg & 베터콜 사울 Saul Goodman

by 반 필립

당신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그 선택은 우리의 삶을, 그리고 세상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 브레이킹 배드 시즌 2는 이런 질문을 던지며, 두 세계가 충돌해 만들어내는 강렬한 드라마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두 남자의 운명적 만남: Two Men's Fateful Encounter: Heisenberg & Saul Goodman

Breaking Bad S, 브레이킹 배드 시즌 2는 평범했던 두 남자가 인생의 급커브를 틀며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한쪽엔 암 진단을 받고 가족을 위해 범죄에 손을 대는 월터 화이트가 있고, 다른 한쪽엔 형과 사회로부터 암묵적인 무시당하며 결국 범죄자들의 변호사가 된 지미 맥길, 아니 이제는 사울 굿맨이 있다.

월터 화이트: 천재 화학 교사에서 하이젠버그로

월터 화이트, 50대 초반. MIT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 학년에 200명밖에 안뽑는 명문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CalTech) 출신. 그러나 현실은 고등학교 화학 선생님으로 박봉에 시달리고 있다. 뇌성마비를 앓는 아들, 철없는 아내, 갓 태어난 아기까지 부양해야 하는 상황. 설상가상으로 암 말기 진단까지 받는다.

칼텍 동창들은 바이오 벤처 사업으로 성공해 저택에서 호화롭게 살고 있지만, 월터는 자신의 천재성을 발휘할 기회조차 없이 평범한 삶에 갇혀 있다. 그는 점점 느낀다. "내 인생은 왜 이렇게 됐을까?"
그리고 결심한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그의 선택은? 바로 푸른빛의 고순도 메스암페타민(히로뽕) 제조였다.

지미 맥길: 망나니 동생에서 사울 굿맨으로

지미 맥길은 알버커키에서 망나니로 시작했다. BMW 7시리즈 선루프위에서 용변을 보며 난동을 부리던 시절, 형 찰스 맥길은 성공한 변호사로 로펌을 운영하며 그를 얕잡아 보았다.

지미는 형의 로펌에서 복사 업무를 하던 중 온라인 변호사 자격증을 따내며 변호사가 됐다. 하지만 형은 끝까지 그의 성공을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지미는 형의 편집증을 이용해 심리적으로 몰아붙였고, 형은 비극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형이 떠난 뒤, 지미는 **사울 굿맨(Saul Goodman)**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S’all good, man!”(다 괜찮아!)이라는 문장에서 나온 이름처럼, 그는 자기 암시를 걸며 범죄자들의 변호사가 됐다.

운명적 만남: 하이젠버그와 사울 굿맨

브레이킹 배드 시즌 2, 에피소드 8에서 월터와 제시 핑크맨은 법적 보호를 위해 사울 굿맨을 찾아간다. 하지만 방법은 납치와 협박. 사울은 알버커키 외곽 사막으로 끌려가 겁에 질려 외친다.

"It wasn’t me, it was Ignacio! He’s the one! Lalo didn’t send you? Oh, thank God!"
"나 아니야, 이그나시오야! 그놈이라고! 랄로가 보낸 거 아니야? 아, 다행이네!"

이 대사는 훗날 베터 콜 사울에서 그의 과거와 연결되는 복선을 제공한다. 이 만남 이후 월터는 하이젠버그로서 마약 제국을 건설하고, 사울은 이를 뒷받침하며 점점 더 많은 부를 쌓는다.

두 사람의 만남은 단순히 사건 해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월터는 사울의 조언을 통해 더 체계적인 판매망을 구축하고 돈세탁을 시작하며, 알버커키의 마약 시장에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나간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점차 돌이킬 수 없는 길로 그를 몰아간다.

시즌 2의 비극적 전개

브레이킹 배드 시즌 2는 월터와 제시가 폭력적인 마약상 투코 살라망카와의 갈등을 벗어나며 시작된다. 결국 투코는 월터의 동서이자 DEA 팀장급 요원 행크 슈레이더에게 사살당하며, 두 사람은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된다.

시즌 후반부, 제시와 그의 연인 제인 마골리스의 비극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인은 마약 과다 복용으로 목숨을 잃고, 월터는 이를 방치한다. 이는 제인의 아버지 도널드 마골리스가 담당하고 있는 항공 교통관제 중 정신적 혼란을 일으키며 두 비행기 충돌 사고로 이어진다. 월터의 선택이 개인적 문제에서 끝나지 않고, 사회 전반에 걸친 비극으로 확대된 순간이다.

두 세계의 충돌, 그리고 당신이라면?

이야기는 단순히 범죄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당신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P 공대K스트 급 명문대를 졸업했지만, 늦게 이민을 와 언어와 문화의 벽에 부딪혔다. 지금은 50대 초반, 반도체 회사에서 대리급 이하의 회로 검수와 간단한 로직을 손보는 허드렛일 업무를 하며 자폐를 앓는 아들과 갓 태어난 막내를 부양하고 있다. 암 말기 진단까지 받았다면?

그때, 북한인지 러시아인지 모를 조선족 혹은 고려인 같은 사람들이 접근해 말한다.
"암호 몇 개만 심어주는 간단한 해킹을 해달라. 그 대가로 연봉의 수십 배를 현금으로 주겠다."
모든 일은 차명으로 처리되고, CIA조차 추적할 수 없는 완벽한 우회 경로가 보장된다. 매달 남미에서 한 번만 처리하면 된다.

혹은, 당신은 지미처럼 가족과 사회로부터 외면받으며 살아왔다. 한국에서 형은 존경받는 의사로 성공했지만, 당신은 지잡대를 간신히 졸업하고, 몇 번의 의료 사고와 불법 시술로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다 검은 조직이 접근한다. 미국으로 와라 미국에와서 시술을 해달라.
"범죄자들의 얼굴을 바꿔 달라. 눈, 코, 입을 고쳐 신분을 숨겨주면 거액을 주겠다."
시술은 비밀스러운 섬이나 전용 시설에서 이루어지며, 보상은 상상을 초월한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결론: 선택의 무게

월터와 지미는 각각 **"가족"**과 **"성공"**을 위해 선택했지만, 점차 자신의 욕망과 어두운 본성에 사로잡혔다. 그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범죄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삶에 대한 질문이다.

"당신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그 선택은 우리의 삶을, 그리고 세상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 브레이킹 배드 시즌 2는 이런 질문을 던지며, 두 세계가 충돌해 만들어내는 강렬한 드라마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월터와 사울은 단지 미국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은 나와도 닮아 있다.

50대 가장인 나, 두 아이는 하이스쿨에 다니고 막내는 이제 3살. 미국에서 살아가며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짊어진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보며 문득 생각했다.


"나도 그 나이에, 그 남자의 입장이었다면 다르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도덕적으로는 당연히 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기도 한다.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 성공에 대한 갈망, 그리고 어딘가 놓쳐버린 자존심. 이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히는 중년의 무게는 월터와 사울의 이야기에서 낯설지 않다.


어떤 선택은 너무나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그 뒤에 얽혀 있는 수많은 갈등과 이유들은, 한 발 물러서면 이해의 여지를 남기게 된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물론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결국 다 자기자신을 위해 한 일이라고 고백했지만..)

월터의 이 말은, 어쩌면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이라면 한 번쯤 했을 법한 말이다. 문제는 그 결심의 방향과 결과가 어디로 향하느냐는 것이다.


결국, 이 이야기는 우리 중년 남자들의 이야기이자 나의 이야기다.

그들의 일그러진 모습 속에서 나는 어쩐지 애처로움을 느낀다. 어쩌면 이들이 바로 나일지도 모른다. 나 또한 끝없이 선택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도덕적으로 올바른 방향을 선택하고 있다고 믿지만, 삶의 무게 속에서 또 어떤 실수를 저지를지 모른다. 그것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에, 이 드라마가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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