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거주하다가 최근 한국에 들어와 지금 제 수업을 듣는 학생이 있습니다.
여러 과목 학원에 다니며 애쓰고 있습니다. 힘들어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고 있어 기특합니다. 이 학생이 말하기를 암기하는 것이 낯설고 힘들다고 합니다.
학교 현장에서는 아직도 '암기를 강조합니다. 물론 암기는 모든 공부의 기본입니다. 그런데 왜 아직까지 이렇게 중요한 것일까요?
저는 '공정성'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암기를 바탕으로 한 객관식이 공정성 논란이 적습니다. 서술형 평가가 늘기는 하지만 그것도 아직은 암기형에 가깝습니다.
모두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생각을 서술하는 에세이 평가' 채점 기준과 공정성 때문에 아직 도입되지 못합니다.
하지만 현실을 잠시 접어두고 상상해 봅니다. 영어 시험이 전부 에세이 평가라면 어떨까요? 주제 한 문장 주고 거기에 대해 쓰는 겁니다.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해서 쓰기도 하고요.
물론 이렇게 되면, 영어 평가 이전에 생각하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예전에 대치동에서 토플 학원 강사를 할 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해외에서 공부한 학생들은 이런 에세이 평가 방식이 익숙했지만. 국내 학생들 중에는 영어 실력이 아니라, 생각거리가 없어서 어려워했습니다. 그런 훈련을 해본 적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많이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아이들은 여전히 생각할 기회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상상을 펼쳐봅니다.
모든 영어 시험이 에세이 평가가 되는 학교, 문법은 필요한 것만 하고, 낯선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글로 표현하며, '생각하는 법'을 평가를 통해 배우는 것입니다.
생각하는 능력이 생긴 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를 통해 생각하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채점은요? AI 하나 정해서 하게 하면 됩니다. 완벽한 공정성은 없겠지만, 사회적 동의만 있다면 충분합니다.
선생님들은 이제 공정성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책을 읽게 하고, 글쓰기와 생각 훈련을 시키면 됩니다.
...오늘도 혼자, (즐거운) 상상을 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