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방을 걸레로 닦는다
유리창도 닦고, 책상도 닦고,
한 줄 끊어진 기타, 덜컹이는 서랍, 낡은 선반, 윙윙대는 냉장고, 고개 숙인 전등, 지지직 스피커, 냄새나는 신발
그러다 조용히 나 자신도 닦는다
문득 밖을 보니 비구름으로 세상을 닦고 있다
스무몇 살이었던가 아무튼 20대 초반에 썼었다. 백석의 영향이 보이는 유일하게 남은 습작. 아직도 그 방의 풍경이 선하다. 두 명의 룸메이트를 겪었는데 둘 다 기타리스트였다. 한 명은 나에게 커피를 내려주었고 나는 뭉친 그의 등을 마사지해 주었다. 다른 한 명은 내가 마초맨이라 놀렸지만 마초와는 정 반대되는 사람이었다. Y형이 나와 그를 데리고 클럽에 갔다가 그가 도저히 못 있겠다고 하여 라면에 쿠사리만 오지게 먹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