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냥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구름이는 어떻게 산책을 해?”
우리 집 고양이를 아는 사람이라면 신기하다며 한 번씩 물어온다. 그 질문에 내가 내놓을 수 있는 답은 “글쎄요…” 뿐. 사실 나도 알고 싶다. 길에서 빨간색 하네스를 하고 있는 흰색 고양이를 보고 궁금증을 이기지 못해 “고양이가 산책을 해요?”라고 묻는 사람도 많다. 저 멀리서부터 고양이인지, 강아지인지 서로 내기를 하며 찬찬히 다가오는 이들도 있고, 고양이와 함께 사는 분들은 자기네 고양이는 문만 열어도 무서워하는데 이 녀석은 신기하다며 말을 덧붙이거나 자신도 고양이와 산책하고 싶다며 옅은 미소로 부러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한 번은 구름이를 보고 집에 가서 고양이를 안고 나오신 분도 계셨다. 집사님은 뿌듯해 보였지만, 그 고양이 눈에는 두려움과 불만이 가득해 보였다. 그때 알았다. 구름이는 정말 산책 중이라는 것을. 가끔 복이 많다 말하는 분도 있다. 길에서 쌍으로 다니시는 분들 외에 복이 많다는 이야기를 면전으로 들어본 적이 없어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는데, 산책하는 고양이와 함께 사는 것은 3대가 복을 쌓아야 가능하다는 출처 없는 소문을 누군가의 입으로 전해 들은 후 난데없이 복이 많다 말해주신 분들의 말을 이해했다.
지금은 어엿하게 산책이라 부를 수 있지만 시작은 가출이었다. 한 살로 추정되는, 하얀 털이 구름처럼 몽글몽글한 고양이를 만난 것은 2019년 2월 4일. 아버지 반00님께서 가족들과 한 마디 상의 없이 데려왔지만 작고 하얀 고양이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길에서 생활한 탓인지 구름이는 자꾸만 탈출을 시도했다. 퉁퉁 거리며 계단을 오르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는 문 앞에서 대기하다가 도어록 비밀번호가 눌리고 문이 따르릉 열리면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문밖으로 튀어나갔다. 1층까지 단숨에 뛰어 내려가는 구름이를 따라 우린 허겁지겁 뛰었다. 때론 슬리퍼를 겨우 신은 채, 때론 잠옷 바람으로. 금방 잡을 때도 있지만, 어쩔 땐 집 앞에 주차된 차 바닥에 기어들어가 한참을 어르고 달래야 할 때도 있었다. 일주일에 몇 번이고 발생하는 일이었다. (지금도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가끔은 빌라 이웃들이 구름이 포획에 함께 힘써주셨다. 우린 이 가출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고민에 휩싸였다. 길에서 사는 게 즐거웠던 아이가 집에 갇힌 건 아닐까? 다시 길로 돌려보내야 하나? 그렇지만 길은 너무 위험한데… 그렇다고 집에서 잘 못 지내나? 먹고 자는 것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얘는 대체 왜 이러는 거지? 커피 한 잔을 각자 앞에 두고 앉아 진지하게 대화를 해보고 싶어지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구름님이 원하시는 것은 무엇인가요?” 하고. 그렇지만 애석하게도 나에겐 고양이의 언어를 해석할 재주가 없었다.
여러 질문 끝에 우린 그냥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기로 했다. 가출과 감금(?) 사이에서 산책이란 절충안을 찾기로 한 것이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영역이 커지면 불안해한다고 걱정하는 이도 있지만, 현관문 한 번 열어보겠다고 5m 거리를 전력질주해 온몸으로 문에 부딪히는 모습을 보면 열어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문을 열어줄 때까지 온 집을 휘젓고 다니며 울부짖는 소리는… 하아… 외출을 하겠다는 그 일념, 인정한다. 인간이 다 다르듯, 고양이도 다 다른 것이 당연하지 않겠나! 구름이의 행복과 집사들의 숙면 모두 소중하니까.
그렇게 구름이는 우리 빌라와 내 지인들 사이에서 공식 산책하는 고양이가 되었다. 건물 밖을 나갈 때는 하네스를 차고, 빌라 옥상에 갈 때는 맨몸으로 뛰어논다. 옆 동네에는 ‘집에 찾아갈 수 있음’이란 안내문을 달고 다니는 고양이가 있다던데, 우린 아직 그 정도의 경지에는 오르지 못했다. 일단 집 밖을 나서면 눈앞에 보이는 새로운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냄새를 맡는다. 사시사철 하루도 빼놓지 않고 냄새로 세상을 읽어 내려간다. 피어나는 꽃향기를 맡고, 떨어지는 낙엽을 바스락 밟고, 옥상에 쌓인 하얀 눈에 즐겁게 발자국도 남기고, 비 맞는 것은 싫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바깥공기를 쐬어야 하루를 잘 살았다 생각하는 고양이. 문득 ‘산책’이란 단어의 정의가 궁금해 네이버에 쳐봤더니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일’이라 쓰여있다. 구름이가 무엇을 위해 천천히 걷는지는 모르지만, 오르고 내리는 계단을 통통거리며 걷는 뒷모습을 보면 아무래도 자신의 즐거움을 위한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