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서로를 돌보를 아름다운 이 관계
캠핑의자를 샀다. 원했던 올리브그린 색은 아니지만 알록달록 무늬가 그려진 의자를 펼치고 앉으니 잘 샀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 뿌듯하다. 출근하지 않는 월요일이면 옥상텃밭을 살필 겸 구름이와 함께 옥상 산책을 한다. 옥상에 오르자마자 새소리를 따라 이리저리 뜀박질을 하더니 어느새 그늘을 찾아 낮잠을 청한다. 나는 상자 텃밭 사이에 자리를 잡고 캠핑의자를 펼쳤다.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시간. 아침에 그렇게 자고도 다시 가만히 앉아 잠을 청하는 구름이의 모습이 놀랍고도 예뻐 금방 집중력을 잃어버리지만 말이다. 어디서나 잘 늘어지고, 잘 자는 작은 생명체가 참으로 부럽다.
책을 덮고 일어나 옥상을 찬찬히 한 바퀴 돈다. 이웃하고 있는 빌라 창가에 나와 있는 예쁜 꽃과 연한 잎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날이 맑은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믿고 가지런히 빨래를 너는 이웃들의 손놀림을 바라보기도 한다. 공원이라고 말하기에는 초라한, 그렇지만 분명한 쉼터가 되어 주는 주민센터 앞 공원에는 하하호호 이야기를 나누는 어르신들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려온다. 앞앞 빌라 옥상에는 언제나 그렇듯 부부가 함께 나와 꽃과 나무 가꾸기에 열심이다. 한 번도 얼굴 뵌 적 없는 분들께 나는 마음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봄이 되면 분홍색 진달래가, 가을이 되면 빠알간 단풍나무가 빛을 발하는 그 옥상 덕분에 내 방 창문은 언제나 푸름이다. 구경하는 사이 옆집 아저씨는 담배를 태우러, 강아지 미미는 자연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잠시 옥상을 찾았다. 언제나 에너지가 넘치는 미미 덕분에 구름이도 단잠에서 깨어나 함께 뛰노는 시간. 이 모든 것이 참으로 보드랍고 평화롭다.
빨래를 널고 필요 없어진 물건을 잠시 보관하는 창고에 불과하던 옥상이 이렇게 동네 풍경을 살피고, 옥상텃밭을 가꾸는 힐링의 장소가 될 줄 몰랐다. 자주 보아야 정이 쌓인다고, 구름이와 함께 하루에 두세 번씩 옥상을 오르다 보니 식물을 하나씩 들이고, 캠핑의자를 구입해 공간의 쓰임새를 달리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6시에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 저녁밥을 준비하기 전까지, 잠시 옥상에 올라 숨을 돌리는 시간이 참 좋다. 찬찬히 해가 내려앉는 앵봉산과 북한산을 바라보며 머릿속을 비우기도 하고, 명상 유튜브의 도움을 받아 숨을 천천히 들이쉬고 내쉬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이따금 구름이의 움직임을 뒤따라 가기도 하고, ‘가족들이 집에 올 때가 되었는데’ 하며 골목을 뚫어져라 지켜보기도 한다.
낮 동안 집 안에 혼자 있어 답답했던지 구름이는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에너지를 발산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살짝 미안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나에게 이런 잔잔한 시간을 안겨 주어 고맙다는 마음이 제일 크다. 밥을 챙기고, 화장실을 청소하고, 사냥놀이를 하고… 그렇게 내가 구름이를 돌보고 있다 생각했는데 어쩌면 내가 제일 큰 돌봄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이 관계가, 아름답게 빛나는 나날이 계속해서 이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