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노력이 기특한 우리
킁킁, 킁킁. 차 타이어 냄새, 시멘트 바닥 냄새, 흙냄새, 꽃 냄새 그리고 언니 입 냄새. (응?) 하나씩 끈질기게 킁킁거리며 탐색 중인 구름이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너도 참 열심히 산다' 싶어 피식 웃음이 나온다. 집에서도 탐색 본능은 멈출 줄 모른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지금 막 도착한 택배 상자. 빨리 열어보고 싶은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택배 상자 양옆, 위아래를 꼼꼼히 스캔한다. 그 순간만큼은 위험 물질을 검사하는 탐지견 못지않다. 식구들이 퇴근하고 돌아와 현관에 벗어둔 신발의 냄새도 잊지 않고 맡는데, 그 모습이 오늘 하루 고생했다 위로하는 것 같아 뭉클하기도 하다. (이따금은 나 빼고 맛있는 거 먹고들 왔나 감시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 왔어. 구름이는?”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모두들 구름이를 먼저 찾는다. 창틀에 앉아 있는 그의 하얗고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면 ‘드디어 집에 들어왔냐, 집사’라 말하는 것 같은 눈빛과 함께 입에 코를 대고 킁킁 거린다. 오늘은 무엇을 먹었는지, 무슨 일은 없었는지 치위생사가 치석 제거를 하듯 입안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그의 안부가 참으로 기특타.
입을 크게 벌리며 구름이가 처음 우리 집에 온 날을 떠올려 보았다. 사람을 무서워하는, 아니 그것을 넘어 불신으로 가득 찼던 그의 눈동자. 우리 발걸음 하나하나에 놀라 뒷걸음치기 바빴던 작은 몸집. 지금 생각해 보면 처음 보는 사람들, 처음 와 본 공간이기에 구름이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낯설고 무서운 순간이었을 테니 도망 다니는 게 당연했겠다 싶지만, 그때는 염려가 컸다. 그렇지만 한 달, 두 달 또 그렇게 일 년, 이 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우리의 관계도 처음보다 많이 가까워졌다. 역시 관계가 무르익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구름이는 재미없어.” 여전히 자신의 몸에 허락 없이 손대는 것을 싫어하고, 누구네 고양이처럼 집사 무릎에 앉는 일이 전혀 없는 구름이를 향해 엄마는 종종 ‘재미없다’는 귀여운 타박을 한다. 그러면서도 전보다 많이 친해졌다며 이제는 옆에 와서 함께 자기도 하고, 마사지해 달라고 얼굴도 들이민다며 좋아한다.
가까워지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 동안 탐색하며 서로에 대해 알게 된 사실과 타인에 대한 감정을 몸속 어딘가에 차곡차곡 저장한다. 구름이는 둥글둥글 굴러가는 공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깃털이나 실처럼 기다란 것이 바닥 또는 공중에서 움직여야지 사냥놀이를 할 흥미가 생긴다. 맨바닥에 앉는 것을 싫어해 발 매트, 이불, 수건 등 자신이 깔고 뭉갤 수 있는 것이 생기면 놓치지 않고 기회를 잡는다. 구름이의 극락 파트는 콧등과 수염. 이 두 곳은 만져주면 두 눈을 꼭 감고 아래 두 이빨이 보이도록 ‘헤-’하고 입을 벌린다. 싫어하는 것에는 아주 분명하게 의사표시를 한다. 가장 싫어하는 것은 병원과 목욕/빗질/발톱깎이와 같은 위생관리. 병원에 갈 때마다 용케도 알고 항상 입구 반대편으로 도망치고, 진료실에서는 다른 동물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소리를 질러댄다. 발톱깎이는 포기한 지 오래고 그나마 빗질을 이따금 하는데 주로는 손으로 쓰다듬는 정도만 허락한다. 그렇지만 이 또한 자신의 기준에 과하다 싶으면 주저 없이 손을 저지하거나 깨문다.
새 가족이 된 고양이에 대한 데이터를 쌓아가는 동안 구름이도 놀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자신의 울음소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엄마라는 사실을 알고 새벽에 옥상 나들이를 가고 싶으면 꼭 엄마 얼굴 위에 가서 운다. 간식에 후한 사람은 아빠이기 때문에 아빠가 퇴근하고 돌아오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든 간에 바로 안방으로 튀어 들어가 간식을 요구한다. 오빠는 아무리 울어도 꿈쩍하지 않는 실속 없는 집사라는 것도 야무지게 안다.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놀아주는 것은 언니라는 사실도 말이다. (언니는 구름이 마음속의 넘버원이라고 자부한다!)
우리가 기다리고, 그의 취향을 파악하며 친해지기 위해 노력한 만큼 구름이도 집 안팎의 냄새를 열심히 맡으며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고양이는 냄새로 세상을 읽는다던데, 그가 맡는 우리가 함께하는 공간의 냄새는 편안함이었으면 좋겠다. 오랫동안 건강히 안팎의 냄새를 맡으며 세상을 더 많이 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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