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는 평화를 더욱이 바라게 되었어
2023년 5월 31일. 평소와는 다른 시간에 울린 경보 소리가 단숨에 나를 깨웠다. 일주일에 여럿 재난 문자를 받는 시대에 살다 보니 대수롭게 여기진 않았다. '이 새벽에 재난 문자라니 제정신인가?' 짜증이 먼저였을 뿐. 그렇지만 분위기가 평소와 사뭇 다르다는 걸 깨닫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서울특별시] 오늘 6시 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대피'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곱씹고 있는데, 근처 초등학교 쪽에서 안내방송 소리가 들렸다. 창문을 열고 무슨 말인지 들어보려 했지만 웅웅 거려 당최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불안도가 급격히 올랐다. 엄마는 바로 TV를 틀어 뉴스를 확인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연평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키나와에도 긴급피난경보가 발신되었다는 말이 무서움을 한층 끌어올렸다. 연평도 주민들은 괜찮은지, 강화에 있는 할머니는 이 상황을 알고 있을지, 우린 어떡해야 하지...? 머리는 그야말로 뒤죽박죽이었다.
무엇보다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이런 상황에 어떡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 순간 책상 아래에서 곤히 자고 있는 구름이가 보였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 다행히도 경계경보 발령 1시간 후쯤 오발령이었다는 공지가 있었다. 그런데 이게 다행인지 아닌지 모를 일이었다. 국가에 대한 불신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며칠간 이 이야기가 입에 오르고 내렸다. 무엇보다 반려동물이 있는 이들에게는 중요한 화두였다. 최근 새롭게 고양이와 살게 된 지인은 일단 하네스를 구입했다는 소식을 전했고, 다른 지인의 고양이는 경보 소리에 놀라 한 동안 방바닥을 기어 다녔다 했다. 구름이는 이동장에도 잘 들어가고, 밖에 나가는 것이 익숙한 아이니까 지인 고양이보다는 나은 상황인가 싶다가도, 갑자기 평소처럼 산책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고, 무엇보다 반려동물과 함께 있을 수 있는 대피공간이라는 게 존재하는지 너무너무 걱정스러웠다.
여전히 이런 상황에서 어떡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재난 상황이 작고 작은 존재에게는 얼마나 더 위협적인지, 얼마나 더 취약한지... 그 사실만을 알 뿐. 머릿속으로 그런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의 우리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가득 고인다. 그리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일상이 내일도 계속 이어지길 바라고 바라는 것 뿐이다.
민방공 경보 시 국민행동요령
반려동물을 위한 재난 대처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