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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다정 씨 Oct 19. 2023

엄마의 사랑고백

마법같은 존재의 표현





퇴근하고 저녁을 먹는데 아내가 어머니께 전화가 와서 내 꿈을 꿨다며 걱정을 하셨다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일하는데 방해가 될까 싶어 아내에게 전화를 하신 모양이다. 

나이가 마흔이 훌쩍 넘은 아들 걱정으로 잠 못 드실까 싶어 바로 전화를 드렸다.


서로의 안부도 묻고,

잘 지내니 걱정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는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아들!" 하고 크게 부르신다.


그리고 이어진 한 마디...

"사랑해!" 


순간 멍해지고

가슴에 뭐라 할 수 없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저도 사랑해요. 엄마."라고 말씀드렸다.


그 이야기를 옆에서 가만히 듣던 아내가 깜짝 놀라더니 나와 같이 조용히 눈물을 훔친다.


언제 들어본 적이 있나 싶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엄마의 갑작스러운 사랑고백(?)에 잠시 다른 공간에 다녀온 듯 마음이 꽉 차고, 오늘도 몽글몽글해진다.


이렇게 표현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닌데... 

부모님께는 왜 이리 잘 안 되고, 머뭇거리게 되는지...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도 자주 못 드리고, 잘 찾아뵙지도 못해 죄송한 마음이 자꾸만 올라온다.


앞으로는 자주 연락하고, 표현해야지 하며 오늘을 또 하나의 추억으로 잘 담아둔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아내와 눈물을 흘리고 있으니 큰 딸이 곁에 와서 한 마디 건넨다.

"아이고.. 우린 어쩔 수 없는 'F' 가족인가 봐"

덕분에 또 하하 호호 웃는다.

가족 안에서 참 감사한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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