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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다정 씨 Oct 25. 2023

호호 할머니, 호호 할아버지

나이 들어감에 대한 마음



너무 바쁘게 살았을까?

어느새 덥수룩하게 자란 머리를 다듬으러 미용실로 향했다. 

이제 새치염색을 하지 않으면 흰머리가 꽤 많이 보인다.


염색을 하면 깔끔해 보이긴 하지만, 머릿결이 푸석푸석해지고, 머리 건강에도 좋지 않다. 젊을 땐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이 서러워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머리를 할 땐, 보통 눈을 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머리숱에 대해 궁금해진 나는

"저... 제가 머리 숲이 좀 적은 편인가요? 어떤가요..." 하며 소심하게 여쭤보니


"많은 편은 아니에요.. 뿌리는 잘 있는데 위로 올라갈수록 얇아지네요..."라고 답하신다.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며, 두껍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등등을 여쭤보았다.


돌아온 답은....

"나이 들어 그런 걸... 어찌할 수 있을까요?" 우문현답이다.


어느새 머리가 조금씩 하얗게 변해 2~3달에 한 번은 새치염색을 해야 하고, 예전엔 걱정하지 않았던 일들을 고민해야 하는 나이가 참 야속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살짝 우울한 마음이 쓱 지나가고 나니 아내와 함께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한편으로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니 그 과정을 잘 받아들이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호호~ 하며 웃을 수 있는 호호 할머니, 호호 할아버지가 되자고 했었다. 누구를 만나도 즐겁고, 행복한 사람으로 두 손 맞잡을 수 있는... 그렇게 둘이서 재미있게 늙어가며 세상을 여행하자 했던 그날의 이야기.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우리의 내면을 잘 가꾸자 했던 그날의 다짐이 떠오른다.


그날의 마음을 떠올려보니 흰머리 하나하나가 그동안 애써온 마음인 것 같아 참 고맙게 다가온다.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시간의 선물 같은 것이 아닐까?!


그땐 옆에 있는 호호 할머니랑 함께 호호~ 웃을 수 있는 여유가 가득한 할아버지가 되면 참 좋겠다.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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