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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오 Apr 03. 2022

해파랑10, 미역과 절리가 널린 바다


해파랑길 10코스     

울산 정자항~ 지경리~ 경주 관성해수욕장 ~

주상절리 ~ 읍천항~ 나아해변(14.1㎞)

소요시간  도보 5시간







봄 바다다.

미역이

겨우내 찬기운으로 다듬은

줄기를 모두 내주는 봄이다.



신명바다와 지경바다 해녀들이

건져올린 바다가

미끌한 미역내를 풍기며 말라간다.



미역귀 하나 얻어 물컹 씹으면

지난 겨울 귀신고래가

몰래 다녀간 정자 앞바다

온 몸으로 퍼진다.



올해 첫물이다.     

정자는 진상품으로 유명한

정자미역의 산지다.

곽암이라는 미역바위까지 자리해 있고

고려조에 조정에서

미역 채취권을 따로 관리했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그 미역,

질기고 깊은 맛이 물컹거리는

감칠맛 때문에

시베리아 오츠크 돌아

동해로 미끄러진 귀신고래는

정자를 찾아 새끼를 낳고

젖을 주기 위해 산후조리 내내

미역을 뜯어 먹었다.

그 모습 지켜본 옛사람이

아이 낳은 산모에게 미역국을 끓여주었다는 설은

전설이 아닌 사실이다.










무려 2천만 년 전, 한반도 남쪽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 흔적의 일부가 울산과 경주, 동남해안에 부채처럼 펼쳐져 있다.

까마득한 날 하늘이 처음 열리고

온 천지가 뻘건 불기둥이 휘몰아칠 때

동해는 그 열기를 고스란히 받아

천지간을 뿌연 운무로 가득채웠다.     



마그마가 흘러 잠시 멎고

쉬어간 곳에 남긴 자국

육각형의 기둥이거나

팔각형 넓적 단층으로

갈라지고 솟아나거나 드러누운 자태가

기묘함 그 자체다

바로 우리가 아는 주상절리(柱狀節理)다.     

양남바다에 드러누운 

수평의 주상절리는

그 기묘함이 지구상 드문 형상으로

유네스코 지질보호 대상에

이름을 올릴 준비 중이란다.



그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1.7km가

해파랑길 10코스의 심장이다.     

주상절리는 뜨거운 용암이나 갓 퇴적된 뜨거운 화산재 등이

급격하게 식으면서 만들어지는 균열이다.      

지질학적으로 절리는 암석이

완전히 식은 뒤

지표로 올라오면서 부피 팽창을 이야기한다.

세상에 흔한 수많은 절리 가운데 주상절 리가 이뜸인 것은

만들어지는 과정이 특별하기 때문이란다.









탈해왕을 만나는 바다.

울산 달천에 철의 왕국이 들어선 것은 우연이었을까.

2.000년쯤 전 어느날

동해바다 아진포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양남 바닷가에 살던 노파

아진의선(阿珍義先)이

까치떼에 휩싸인 배 안에 궤짝이 수상했다.     

궤짝을 열어보니, 그 안에 사내 아이가 발견됐다.

노파가 그 사내아이를

7일 동안 보살펴 주자,

놀랍게도 그 아이가 스스로 입을 열어

“나는 본디 용성국(龍城國)사람으로 왕비에게서

알로 태어나 버림을 받아 이곳에 닿았다.”고 읊었다.     



바로 훗날 남해왕의 사위가 되는

석탈해 이야기다.

양남 바닷가에는 석탈해 이야기가 공원의 이야기로 펼쳐져 있다.     

흔히 우리는 가야를 철의 왕국이라

이야기 하지만

사실은 철의 지배자는 신라다.



석탈해가 이끌고 내려온 단야족

즉 철을 다루던 북쪽의 한무리가

신라 세력과 결합해 초기 사로국을

신라로 업그레이드 했다.     



울산지역 제철 유적은 모두 54곳이나 된다.

철기의 역사가 기원전 200년 이상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오래된 역사성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되면

울산에서 발견된 철기문화의 독창성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지금까지 한반도의 철기문화는

중국 한나라 이후 중국대륙에서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울산 달천 철장의 야철장 등 유적 발굴 이후

역사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 정도가 됐다.



역사학계는 철기문화의 이동 경로나 뿌리에 대해

아진포와 달천철장의 기원설을 다시 적어야 하지만 외면했다.     

그냥 전설이거나 신화적 성격이 강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정말 궁금한 것은 달천철장을

발견한 세력과

그들의 뿌리는 어디인가에 있지만

여전히 이와 관련된 명확한 기록은 없다.

연구자들은 파고들지 않았고 그냥 덮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 바로 석탈해다.

탈해왕으로 불리는 석탈해는 반구대암각화에서 시작되는

인류의 이동경로와

해양문화와 대륙문화의

연결고리를 확인해 주는

놀라운 증좌다.      



석탈해식 난생설화는 시베리아 동단,

캄차카반도부터 유라시아 중심,

알타이를 거쳐 훈족의 말발굽이 닿던 동유럽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결국 초기 신라 왕국의 지배계층이

광활한 대륙의 후예들로

그들의 철 제련술과 철제 무기가 왕국의 튼튼한 뒷배가 됐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철장의 출발지가 원전으로 변모한 2,000년의 세월이

동해바다와 만나는 현장에서 해파랑길 10코스가 끝났다.




이제 본격적인 경주구간이다.

봄빛은 육지만이 아니라

바다빛도 바꾼다.

해초가 봄햇살을 받으면 연초록을 풀어

애메랄드 빛으로 온 바다를 채운다.

그 연초록빛의 향내를 따라

11코스가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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