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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오 Mar 26. 2022

해파랑길9, 산 위에서 걷는 바닷길


해파랑길 9코스      

일산해변 ~ 현대중공업 ~ 남목 ~ 주전 몽돌해변 ~ 당사항 ~

우가산 까치봉 ~ 제전항 ~ 정자항 (19.3km)     

시간 -5시간




비그친 주말 오전,

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효문사거리에서 시내버스에 올랐다



일산해수욕장을 출발하는 해파랑길 9코스는 초반부가 지루하다

일산에서 남목으로 가는 길은 아스팔트 길이다.



그 길의 초반 내내 만나는 현대중공업 담벼락은

대한민국 산업화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켜켜이 쌓인 현장이다.     





울산을 대한민국 산업화의

전진기지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박정희 전대통령의 의중을

제대로 읽은 사람이 아산 정주영이었다.    

 

1970년 현대건설 조선사업부가 발족된 후

1971년에 정주영은 백방으로 자금조달에 나섰다.


첫 타깃은 미국이었다.

하지만 창업자금은 쉽지 않았다.


미국에 거절당한뒤 일본을 향했지만

일본 역시 한국에서는 시장이 크게 성장치 못할 것이라며 거절했다.     

 

바로 여기에서 나온 명언이

“길이 없으면 만들어라”는 문구다.


스페인, 프랑스, 영국, 서독, 스웨덴 등

유럽 선진국에서 돈을 빌려서
조선소의 골격을 갖춘 아산은 영국 조선소와

기술 및 판매 협조 관계를 맺고 세계적인 조선거부로 날아올랐다    




남목마성이다.

남목은 남쪽의 커다란 목장이라는 의미를 담은 지명이다


조선시대 500여 년간 울산 동구는 전역이 국가직영 목장이었다.

상당히 기이한 일이지만 남목 마성의 지도를 항공사진으로 보면

모양이 동해바다로 머리를 내밀고 있는

영락없는 마두(馬頭) 형상이다.     

     

1914년께 일제의 토지사정 당시 지도와

1950년 항공사진을 추정하면

남목일대는 재기뜰, 대문안뜰, 홍문뜰로 불리는

넓은 경작지가 있었고


주거지는 북동쪽에 감나무골,

쟁골이 있었고 남서쪽에 불당골이 위치하고 있었다.  


   

과거 오랫동안 동구의 중심이자 뿌리였던 남목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방어진으로,

또 1970년대 이후 명덕으로 현재는 일산동 주변지역으로

중심권역의 자리를 내줬다.          






해수관음상에서 바라본 동해





엄청난 바다다.

바다...

그 지독한 유년의 향내가 질펀하게 깔렸다.

밤새 폭우가 쏟아진 춘삼월 막바지,

산길은 가뿐했지만

바람은 거칠었다.



남목 마성을 돌아 해수관음상을 지나자

동해가 아우성이다.

모질게 돌아선 하늘과 잔뜩 성난 바다는

천지간에 쩌렁쩌렁 아우성을 토해낸다.        


  




주전은 참 단아하다

십리쯤 뻗은 몽돌해변이 짜르륵짜르륵

몽돌거린다


그 바다에 홀려 몽롱해질 즈음

당사 용머리 길게 뻗은 바닷길로

한참을 동해 속으로 들어갔다          


          










다시 산길이다

우가산 자락에 들어서면 2002년 월드컵의 현장과 만난다

강동구장이다.



월드컵 3 4위 결정전에서 우리와 맞붙은 터키 대표팀이

2002년 딱 12일간 여기서 훈련했던 흔적이

기념비로 남아 있다.











무룡산의 한자락인 옥녀봉과 까치봉은

옹녀와 강쇠가 전설로 남아

밤마다 요란한 사랑노래를 부른다



그 노래가 제전항 판지항 일대를 휘모는 파도소리로

매일같이 새로운 곡조를 읊어내고 있다니

옛사람의 상상력은 갯가로 오니 더 질펀해 진다.  


   






두 개의 산봉우리와 천하일품의 절경을 끼고 돈

해파랑 9코스의 종착지는 정자항 입구다.



5시간의 제법 긴 길이었지만

진달래가 지천에 피었고

잇달아 피어날 봉오리들이

웅성거리고 몽글거리고


때로는 쭈빗거리는 아우성이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이제 다음 코스는

울산을 벗어나 경상북도로 향하는 길이다



봄빛이 완연한 주말

달려올 생각에 벌써 마음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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