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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오 Apr 23. 2022

내로남불 평행이론, 윤정부 블랙홀

조국 전 장관이 신이 났다. 폐명(吠明)이다. 동네 개들이 짖어 댄다. 동쪽 하늘에 휘영청 달이 뜨자 앞 동네 개가 달빛에 놀라 커겅컹 짖기 시작한다. 졸음에 게슴츠레한 눈을 비비던 뒷동네 개들은 영문도 모른 채 따라 짖고 급기야 사방 뒷동네 옆 동네 개들도 컹컹, 우우웅~~컹컹 미친 듯이 짖어댄다. 바로 폐명이다. 그 개소리 가만히 들어보면 사람의 울부짖음으로 들린다. “왜 내만 갖고 그래, 나만 그렇나 뭐~” 이런 말이 울림통으로 흔들어 댄다. 한덕수로 시작한 윤석열 새 내각의 위험지수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에 오자 블랙홀이 돼버렸다. 그래, 때가 왔다. 오물을 뒤집어 쓴 치욕의 세월을 씻겨낼 굿을 벌일 시간이다. 조국은 씻김굿을 준비하고 있다. 새 정부를 향해 몇해 전 자기 딸과 아들에게 들이댔던 잣대를 똑같이 적용하라며 밤마다 SNS와 교신하며 새로운 문장을 엮는 중이다. 굿판에 날파리도 들끓는다. 황교익 김어준 따위가 지저분한 문장으로 동조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억울한 조국은 새 정부 인수위를 향해 “선택적 정의에 따르는 것인가”라며 “‘공정’인가 ‘굥정’인가”라고 물었다. ‘굥정’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윤 당선인을 비판하는 데 사용되는 밈(meme)이다. 대선 국면에서 ‘공정’을 내세운 윤 당선인을 겨냥해, 윤 당선인의 성을 거꾸로 뒤집은 ‘굥’을 대신 넣어 ‘굥정’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검수완박의 직진국면에 한덕수 정호영 악재는 민주당에 더 없는 월척이다. 민주당은 당연히 어깨춤이 절로 넘실거린다. 대선 패배 이후 초조하던 대변인은 입이 오히려 차분해졌다. 열 올리던 대선국면과 달리 이번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했던 것만큼만 하라”며 그냥 툭 던진다.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나”라는 윤 당선인의 발언은 절호의 공격 목표로 돌변했다. 조국 사태 때 문재인 대통령이 했던 발언이 윤 당선인의 입 모양과 클로즈업 되는 것이 이상해 보이지 않는 장면이다. 완벽한 평행이론이다.




한덕수로 시작한 새 정부의 내각 인선은 무리가 없어 보였다.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총리를 다시 기용한 의도가 무엇이든 결정 자체는 협치의 기둥뿌리를 안고 가겠다는 속내로 읽혔다. 코로나19 초기에 대구가 패닉상태로 흔들릴 무렵, 생활치료센터를 도입하며 맹활약을 했다는 정호영 후보자의 인선에도 상당수 국민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지난 여름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를 때는 그랬다. 자체 검증의 부실은 며칠 가지 않아 드러나기 시작했다. 보편적 상식을 벗어난 재산증식과 처가 땅 차익의혹 등이 한덕수 후보자의 외투에 얼룩으로 번지자 물티슈 몇개로 닦아보려던 수습이 난감한 상황이 됐다. 아뿔싸, 정호영 후보자는 조국 사태의 재판으로 번지는 중이다. 대략난감이다.




공직자를 중용하는데 핵심은 능력이다. 하지만 그 능력의 폭이 아무리 넓다해도 도덕적 함량의 무게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 공직의 투명성이다. 조선시대 관리를 임명하는 절차 가운데 서경이라는 제도가 있다. 서경은 관리를 처음 임용할 때 대간에서 심사해 동의해 주는 고신서경(告身署經)과 예조의 의첩을 거친 의정부의 의안에 대해 대간에서 심사해 동의해 주는 의첩서경(依牒署經)을 함께 이르는 말이다. 이 제도는 임명되는 당사자의 허물은 물론 친가, 외가, 처가의 4대조까지 살펴보고 가부를 결정했다. 임금이 임명했더라도 50일 안에 서경을 통과하지 못하면 인사를 다시 했다. 서경의 뿌리는 고려조에 있었다. 고려조 전체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기강이 바로섰을 때만해도 1~9품의 모든 관리가 서경이라는 특별한 절차를 거쳤다. 임금의 인사권을 무력화시킬 정도로 엄격한 검증장치를 뒀던 셈이다. 사후관리도 철저했다. 관리가 부임한 뒤 불법으로 재물을 취득하는 등 죄를 지으면 천거한 자도 연좌해서 처벌했다. 조선 후기로 가면서 유명무실해졌지만 적어도 조선 초기 인사제도의 기본 원칙은 그랬다.




조선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바로 서경이 흔들릴 때부터였다. 조일전쟁 이후 극도로 문란했던 사회질서는 서경의 유명무실화에서 비롯됐고 지방 수령의 도덕적 해이가 지방을 흔들고 급기야 국권을 흔들었다. 이 무렵 지방관의 폐단을 현장에서 본 다산이 밤을 새워 탐관오리를 향해 삿대질로 꾸짖은 책이 목민심서다. 목민심서에서 다산은 “군자의 학문은 수신이 반이고, 나머지 반은 목민”이라고 했다. 공직자라면 반드시 마음에 새겨야 할 대목이다. 



국가의 녹을 먹는 총리나 장관이라면 능력이 첫째지만 그 위에 덕과 위엄이 자리해야 한다. 덕과 위엄은 밝은 정치를 펴겠다는 뜻과 잘못된 것을 살펴 헤아릴 줄 아는 눈이다. 다산의 충고는 함량이 모자란 자에 대한 죽비지만 노자는 임명권자에게 더 가혹한 채찍을 마다하지 않았다. 정치를 무위(無爲)로 읽은 노자는 위자패지 집자실지(爲者敗之 執者失之) 여덟글자로 임명권자에게 조언했다. “하려는 자는 패하기 마련이며, 가지려는 자는 잃기 마련이다.” 천하가 돌아가는 것은 불가사의한 그릇과 같아서 사람이 억지로 어찌할 수 없다. 



잘하려고 애쓰면 실패하기 십상이고, 꽉 잡고 장악하려 하면 천하는 어느새 손아귀를 빠져나간다. 핵심은 잘하려는 것이 아니라 잘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잘하기 위해서는 수신과 목민이 기본이다. 스스로 거울을 정면으로 들여다보고 내가 국민의 일꾼이 될 재목인가를 제대로 물어보고 거울의 대답을 들어 봐라는 주문이다. 순리를 거슬러 억지를 쓰면 그 패단은 자신은 물론 임명권자의 외투까지 더럽히게 된다는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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