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아무 사소한 것에서부터시작되는 거야
밤톨이가 까꿍이 시절일 때, 즉 태어나서 36개월 정도까지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켰던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일어나자마자 반드시 세수하고 토너와 로션을 바르고 머리를 단정하게 묶을 것.
둘째. 밤에 입고 잤던 속옷과 잠옷은 반드시 새 옷으로 갈아입고 하루를 시작할 것.
출산과 육아 경험이 없다면 이 두 가지를 지키는 게 그렇게 어려워? 그래서 저렇게 거창하게 얘기하는 거야?
라고 할 수도 있겠다. 내 육아 경험에서 얘기하자면, 정확히는 어려운 게 아니라 놓치기 쉬운 두 가지이다. 아이와 함께 밤새 자고 일어나서 졸린 눈으로 일어났는데 굳이 외출할 일이 없다면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할 필요도 옷을 갈아입을 필요도 없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면 늦은 오후까지 내 얼굴은 기름 범벅이다. 그리고 아이의 침 냄새, 토 냄새, 그리고 내 땀냄새까지 배어있는 옷을 입고 또 애와 씨름하느라 땀을 흘린다. 그렇게 간신히 아이와 반나절을 보내고 애가 낮잠에 들어 양치 좀 하려고 화장실에 가면 내가 싫어질 수밖에 없다. 황급히 세수하고 옷 갈아입어도 이미 찝찝해진 내 기분을 떨쳐내기는 어렵다.
흔히들 엄마가 되면 달라진 외모로 내 자존감이 떨어진다고들 한다. 하지만 나는 조금 냉정히 생각하고 싶다. 스스로 꾸밀 시간이 많은 아가씨 때도 내가 최소한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누구도 나를 아가씨로 봐주지 못할 만큼 초췌해지고 만다. 엄마도 마찬가지이다. 풀메이크업에 외출복 입고 있으라는게 아니라, 거울을 봤을 때 내 마음이 슬퍼지지 않을 만큼 최소한으로만 용모단정을 위해 노력하라고 하고 싶다.
어디선가 그런 글을 보았다. 어지럽혀진 집을 보고 치우느냐 안 치우느냐는 내 마음이지만, 어지럽혀진 환경에서 살면 내 마음도 어지러워질 수밖에 없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