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시발비용을 쓰시나요?
네이버 시사상식사전에 [시발비용] 이라고 검색하면 이렇게 뜬다.
스트레스를 받아 지출하게 된 비용
캬캬. 이 얼마나 쓰임새가 좋은 말인가? 세상에서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직업 중 하나인 엄마에겐 더 쓰임새가 좋은 말일 수도 있겠다. 생각해보니 나는 육아 스트레스 해소라는 명목으로 가랑비에 옷 젖듯 조금씩 조금씩 써서 결국 아주 많은 비용을 '쇼핑'에 쓴 것 같다.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하고 간신히 밤잠 들게 한 후, 좀비처럼 방에서 기어 나온다. 소파에 푹- 하고 앉아 서 크게 한 숨 돌리면 어김없이 내 핸드폰은 켜진다. 그때부터 미어캣처럼 이 사이트 저 사이트 훔쳐보다가 몇 번의 터치로 만원~ 이만 원~ 삼만 원~ 결제를 한다. 처음에는 아주 이유 있는 식자재 주문. 새벽 배송으로 두부, 콩나물, 계란 등등 주문하고~ 그다음엔 집에 충분히 있지만 바꿔줘야 할 것 같은 거즈 수건을 시키는데 엇 50장 사면 무료배송? 홀린 듯 주문한다. 갑자기 카톡이 온다. "핫딜! 챔피온 반팔티 19800원" 나는 생각한다. '아 이건 사야 돼. 윰차 끌고 다닐 때 입기 아주 좋겠어. 그럼 한 장만 사면 아주 아깝지. 깔 별로 한 장씩~". 그리고 울애기 요즘 너무 이것저것 다 입으로 넣던데.. 가만 보자 제균티슈와 기린 치발기 하나 더 ~!
그렇게 주문한 나의 물건들은 추후에 택배로 왔을 때 "이게 뭐였지?" 하고 열어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어쩌면 좋을꼬. 쇼핑이 중독 수준인데..
그렇지만 고쳐지지 않을 것 같던 이 중독 증상은 밤톨이가 유치원 가고 내 시간이 생기면서 조금씩 치유되었다. 아이가 원에 간 동안 하고 싶었던 공부도 하고 혼자 밥도 먹고 카페도 가고, 구경하고 싶었던 곳도 가고.. 그러면서 아이가 밤잠 들고 난 후에는 내일은 뭐하며 나만의 시간을 보내지 하고 고민하는 일상으로 바뀌었다.
엄마들이여. 돈 좀 쓰면 어때요. 명품백 지르는 것도 아니고 카드 돌려막기 하면서 이것저것 사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산다고 산 게 먹을 것과 내 새끼 용품인데. 시간이 지나면 치유되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