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지트는....
노무드, 밤톨이와 함께 하는 세 식구의 주말.
남편과 함께 하는 주말은 또 평일과는 다른 힘듦이 있다(엄마들한테 주말 평일이 어딨어.. 월화수목금금금).
평일에는 나 혼자만의 사투라면, 주말은 전쟁터인 것 같다. 남편 밥도 챙겨야 하고 남편이 있을 때 밀린 빨래와 청소 등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신없이 주말을 보내다 보면 초저녁 즈음에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조용한 곳 가서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멍 때리고 싶은. 나는 그럴 때 이 집에 있는 나만의 아지트로 들어간다. 그곳은 바로.
화장실
진짜 지금 한 숨 고르지 않으면 화가 나서 미쳐버릴 것 같을 때 나는 큰 볼일 보러 가는 사람 마냥 화장실로 달려간다.
"오빠!!! 나 화장실!! 밤톨이 보고 있어 잠깐만!!"
그리고는 한 손에 꼭 핸드폰을 들고 간다. 그리고 문을 꽉 걸어 잠근 후 변기 뚜껑을 닫고 그 위에 의자처럼 앉아버린다. 그리고는 들숨날숨 크게 몇 번 쉰다. 눈도 감았다 떴다 여러 번 하고 눈알도 굴려본다. 머리도 단정하게 다시 묶고 목도 좌우로 한번 움직인다. 그 후에 핸드폰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인별 그램 유머 계정에 들어가서 피식피식 웃다가, 미혼 친구가 주말 맞이하여 바다에 서핑하러 간 스토리 보며 '좋을 때다~'하기도 한다. 도망치듯 들어간 화장실에서 이것저것 하다 보면 시간이 많이 갔을 것 같지만 딱 10분이다.
누군가는 그런다. 왜 왜 하필 화장실? 그럼 나는 대답한다. 누구도 중간에 갑자기 들어와 방해할 수 없는 이 집의 유일한 공간이 화장실이기 때문이라고. 내가 대저택에 살았으면 내 방이라도 만들 텐데 아쉽다. 그쟈?
오늘도 난 화장실에 들어갔다. 남편은 이미 이제 이 안에서 내가 뭘 하는지 눈치챈 것 같다.
밤톨이가 아빠에게 묻는다. "엄마 어디 갔어?" 그럼 노무 드가 대답한다.
엄마 똥... 아니 엄마 저기서 인별 그램 해. 언제 나올지 몰라.
이쒸. 그건 좀 모른척해주지. 진짜 무드도 눈치도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