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짝반짝 May 19. 2024

이유 모를 눈물

퇴근 후 마음의 여유가 생겨 부엌 정리를 하고, 침대에서 음악을 들으며 여유를 부리고, 아빠가 냥줍한 너무 예쁜 고양이 털 색깔을 찾아보면서 놀다가 미루고 미루었던 과제를 하기 위해 책상에 앉았다.


갑자기 웬 눈물이 쏟아지는가?


아무 이유를 모르겠다.


어제는 잃어버린 고양이 생각을 했다. 사실 그때 나는 고양이가 너무 예쁘긴 한데 장난기와 깨무는 습관이 너무 심해서 힘들기도 했다. 아빠에게 보냈던 고양이를 잃어버리고 나서 나는 이제 다시는 고양이를 키우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 내가 길렀던 고양이처럼 착하고 예쁘고 다정다감하고 나에게 위안이 되어주는 존재는 없었다. 그 고양이는 생판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살금살금 다가가 무릎 위에 폭 안겨서 잠을 자곤 했고, 내가 잘 때면 문 사이로 들어와 발치 이불을 들치고 내 품으로 들어와 꼭 안겨서 잠을 잤다. 그때 내게 그 고양이는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엄마가 그 고양이를 남의 집에 줘버렸는데 그 고양이는 다시 우리 집을 찾아왔다. 현관 앞에 앉아있는 고양이를 보고 얼마나 서럽게 울면서 목욕을 시켜주었는지 모른다. 그 고양이는 목욕을 시켜도 따뜻한 물을 좋아해서 골골거렸다. 새끼 시절 어미고양이와 일찍 떨어져 자기가 좋아하는 애착이불만 보면 쭙쭙이를 해서 침 자국이 동그랗게 남았고, 심지어 본인이 새끼를 낳았을 때 새끼들이랑 같이 본인 배의 젖을 먹기도 하는 웃기는 고양이였다.


나는 그런 고양이는 다시는 만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고양이를 키우는 것은 털도 날리고, 소파를 뜯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고, 냄새도 걱정되고, 집에 혼자 두면 외로울까 봐 미안하기도 하고 여러 모로 신경이 많이 쓰이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고양이를 키우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 아빠가 외진 산에 버려진 고양이에게 밥을 주었더니 자꾸 달라붙어 애교를 부린다며 어떡하냐고 보여준 고양이 동영상을 보고 나는 다시 사랑에 빠졌다. 너무 착하고 순하고 귀엽고 너무 예쁘다. 색깔도 특이하고 너무 예쁜데 눈도 너무 예쁘다. 내가 고양이를 보러 내려가겠다고 했더니 아빠가 고양이가 내 마음에 들면 나를 주겠다고 한다. 나는 도시에서 고양이를 혼자 키우면 내가 집을 비울 때 혼자서 외로울까 봐 걱정되어 망설였는데 생각해 보니 나는 앞으로도 대학원 때문에 주 2-3일 이외에는 집에 붙어있을 예정이기도 하다. 나는 아빠에게 오늘 하루 소파를 뜯을 것 같은지 지켜보자고 했다가 곧바로 얼른 데려오라고 떼를 썼다. ㅠㅠ 너무 귀엽다. 보기만 했는데 옥시토신이 마구 분비되면서 미뤄놨던 과제와 집정리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편안한 안정감이 느껴졌다. 고양이를 맞이하기 위해 분주하게 집 정리를 했다. 고양이 이름도 지었다. 고양이 카페에 이 고양이 색깔이 뭐냐고 물었더니 색이 참 이쁘다는 댓글이 달려서 자랑스럽고 뿌듯했다.


오늘 하루종일 내가 사랑에 빠진 고양이를 생각하고 기다리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다. 나는 몰랐는데 내게는 예쁘고 착하고 애교 많은 고양이가 필요했나 보다. 하나님은 내가 알지 못하는 내 필요까지 모두 채워주시는 분이시니까.. 그래서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는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믿음의 기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