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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반짝 Jun 05. 2024

편안한 곳

이혼소송을 당하기 전까지 나의 삶의 얘기는 쉽사리 털어놓을 수 없는 것이었다. 친한 사람들에게도 나의 아픔과 상처를 전부 털어놓는 것은 그들이 감당하기에도 너무 부담이 될뿐더러 내게도 온전히 이해받지 못하는 위험에 나를 노출하게 되는 것이었다. 또한 이제 나는 부모님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데 지난 상처를 굳이 타인에게 얘기한다는 것은 딱히 현명한 행동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너무 깊은 얘기를 한다는 것은 그 당시의 내가 어떻게 처신했으며 어떠한 마음의 동기를 가지고 있었는지까지 다 밝히게 되는 것인데, 내 진심을 알아주는 사람들보다 쉽사리 오해를 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았다. 내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실수하지 않으려고 고민하고 애쓰며 살아왔는지 이해시키기가 어려웠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나는 완벽하다' 는 주장으로 보여 교만하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는 일이었다.


나를 5년간 상담했던 상담전문가는 내가 상담 4년 차쯤에 "제가 아무래도 잘못 살아온 것 같아요." 라고 말하자, "어떤 측면에서 잘못 살아온 것 같으신가요?" 라고 물었다. 내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솔직히 딱히 잘못한 것은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뭔가 그냥 잘못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라고 대답하자, 내게 "혹시 교만함?" 이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때 나는 상담사가 내게서 교만함이 있다고 인식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나는 내가 교만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해명을 하지 못했고, 상담사에게 혹시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있는지도 물어보지 못했다. 나도 내가 교만한 것이 아닌지 너무나 헷갈렸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잘못하지 않았다는 것이 말이 되나? 조금은 잘못했겠지. 그런데 나중에 정교하게 전후관계를 다 따져보고 나서 보면 나는 나를 판단했던 사람들보다 이미 한발 앞서 나 자신의 행동에 대해 생각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를 판단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이미 내가 고려한 부분이었고, 나 스스로 아무리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여도 '내가 완벽하지는 못했으나 그만큼 크게 잘못하지는 않았다.'는 결론이 날 때가 많았다. 나 혼자만의 생각이려나? 물론 나는 내가 실수를  많이 해도 내가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 자신을 크게 비난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의 실수에 대해서도 그렇게 대한다. 잘못한 사실이나 부족한 부분은 분명하되 사람이기에 그럴 수 있는 것이고 최선을 다했지만 미흡한 부분은 하나님께 책임지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가혹하게 비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나와 친밀한 사람들에게는 부담이 될까 봐, 또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비판의 대상이나 얘깃거리가 될까 봐 내 얘기를 쉽게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죽기 전에 언젠가는 내 삶을 글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이혼소송을 당하고 나는 이번 일이 타인에게 내 이야기를 털어놓을 기회라고 생각했다. 브런치스토리에 이혼 관련글이 줄줄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나도 글을 하나 써서 제출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자극적인 소재에 당장 작가신청 합격 통지를 받았다. 하지만 나는 현재 진행되는 일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 또한 내 개인정보가 알려져 내 삶에 프라이버시가 노출되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글이 알려지는 것은 싫었다. 그래서 작품 연재를 하지 않고 조용히 글만 올렸고, 처음에는 누가 라이킷을 누르고 구독을 해주어도 나는 쉽게 맞구독을 하지 않았다. 내가 원하던 것은 단지 한두 사람의 공감이었다.


하지만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이곳에 내 마음을 털어놓는 일이 점점 편해졌다. 내가 내 마음대로 성경구절과 찬양을 올려도 공감을 받는 곳, 나의 진심이 오해받지 않고 오히려 환영받는 곳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곳에는 진심으로 사랑하고, 진심으로 삶의 열정과 사명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때부터는 그냥 내 글에 좋아요만 눌러주는 사람에게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생겨 무조건 나도 구독을 눌렀다. ^^ 내 이야기를 싫어하지 않고 좋아해 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내게는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또한 깊은 고민과 고난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마음을 전달할 수 있고, 그 마음을 받아들여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내 마음에는 크나큰 위안이 찾아왔다. 어떤 작가님한테는 내가 답답해서 막 화를 내기도 했었는데 내게 마음이 따뜻한 분이라고 말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이곳에서 내 마음이 오해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하면서, 나는 실제 내 삶에서 나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나는 세상에 내가 찾기 원하던 사람들이 이처럼 많다는 것을 깨달았고, 비록 인터넷상의 인연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정말 너무나 내게는 소중하고 의미 있는 인연이 되었다. 각자 쉽지 않은 삶의 과정을 겪어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과 함께 하나님께 그분들을 꼭 도와주셔야 한다고 기도하는 마음이 생겼다. 서로의 글을 읽으며 이해하고 이해받는 과정 속에서 모르는 사람이지만 매우 깊은 애정을 가지고 마음으로 함께하며 영혼으로 기도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겨서 매우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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