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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반짝 Mar 03. 2024

다시 시작된 눈물의 밤

눈물은 나의 친구

며칠 동안 밤에는 잠이 오지 않고 낮에는 쓰러질 듯이 피곤해 잠드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그만큼 힘들다는 뜻이겠지. 한동안 며칠 그러더니 오늘 밤에는 울음이 터졌다. 울어도 울어도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밤마다 해가 뜰 때까지 울던 그 긴 울음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눈물은 나의 친구다. 나는 20대에 상담을 시작하고 5년을 꼬박 울었다.

5년 동안 안 운 날이 거의 없었는데, 거의 대부분을 밤을 꼬박 새우면서 울었다.

사람들에게 내가 얼마나 눈물을 많이 흘렸는지 말해도 절대 믿지 못할 것이다.


상담을 처음 받을 때 나는 한 달 정도면 내 마음의 상처가 해소되어 모든 것이 좋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 2년이 지나도, 3년이 지나도, 4년이 지나도, 5년이 될 때까지 나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 작년보다는 몰라보게 훨씬 나아졌는데 내년에는 안 울겠지? 하고 가보면 또 그때도 울고 있었다. 나도 내가 울어도 울어도 그치지 않고 눈물이 나는 것에 기가 막혔다. 눈물을 흘리면서 마음이 조금씩 편안해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대체 내가 언제까지 울어야 하는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매일 기본 새벽 5시가 되도록 울다가 지쳐 잠들었다가 학교에 갔다. 당시 나와 함께 학교를 다니던 친구들한테는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 나는 전문직 자격시험을 준비하면서도 계속 울었다. 시험공부를 하루 12시간씩 하면서도 30분마다 화장실에 가서 울었다. 졸업을 하고 나서 나는 하나님의 놀라우신 은혜로 업무강도가 매우 낮고 개인 사무실이 있는 직장에 취업했다. 그래서 출근을 해서도 계속 하루종일 울었다. 그때 썼던 십 수권의 일기장들을 나는 모두 버렸다. 나는 '이전의 상처받은 나는 잘못 태어나 고생만 하다 너무나 안타깝고 마음 아프게도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았다'라고 생각하는 셈 치고 마음속으로 장례식을 치러주고 애도까지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마음을 정리하고 정말 과거에서 벗어난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었다. 나는 그만큼 회복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눈물이 날 때면 얼른 울어서 아픈 마음이 다 치유되기를 희망하며 감정을 피하지 않고 정말 열심히 성실하게 울었다.


시편에 이런 시가 있다.

'나의 유리함(이리저리 떠돎)을 주께서 계수하셨으니 나의 눈물을 주의 병에 담으소서 이것이 주의 책에 기록되지 아니하였나이까'
'내가 탄식함으로 곤핍하여 밤마다 눈물로 내 침상을 띄우며 내 요를 적시나이다'


하나님은 내가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분명 아실 것이다. 분명 하나님이 나의 머리털까지 센다고 했고 히스기야가 울며 기도할 때 '내가 네 기도를 들었고 네 눈물을 보았노라'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나는 눈물을 얼마나 많이 흘렸는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주의 병에 담으소서'라고 하기엔 너무 양이 많았다. 나는 '나의 눈물을 주의 생수통에 담으소서'라고 해야 할지 '나의 눈물을 주의 말통에 담으소서'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나중에는 '나의 눈물을 주의 드럼통에 담으소서'라고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성경 원문에서 말하는 것은 병이 아니라 가죽부대였다고 한다. 그렇다 해도 가죽부대 정도는 충분히 몇 개 채울 수 있을 정도로 눈물을 흘린 것 같은데..


아무튼 나는 사람이 이렇게 눈물을 많이 흘릴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의학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미스터리라고 여길 정도로 눈물을 많이 흘렸다. 아침에 일어나면 밤새 눈물을 닦은 휴지가 침대 옆에 수북했다. 그 휴지를 담아 버린 100L짜리 쓰레기봉투가 얼마나 많았던지.. 눈물을 닦는 것도 너무 힘이 들어 눈에 수건을 올리고 누워서 울다가 수건이 축축해지면 옆으로 누워서 눈가에 휴지를 대 놓고 울었다. 10년 전 한쪽만 속쌍꺼풀이 되어 짝짝이가 되었던 눈이 다시 쌍꺼풀로 바뀌어 나는 공짜 쌍꺼풀도 얻었다. 10년간 부을 때만 잠깐 쌍꺼풀이 되었다가 다시 속쌍꺼풀로 돌아가던 눈이 몇 년 동안 계속해서 우는 바람에 완벽한 쌍꺼풀로 자리 잡았다. 처음 울 때는 눈이 부었었는데 두세 달이 지나고 나자 적응이 되었는지 아무리 울어도 눈이 붓지도 않았다. '제발 그만 울고 싶다. 너무 지겹다.'라고 생각하면서 수분보충을 위해 물을 마시는 내 모습이 너무 어이가 없으면서도 계속 계속 울었다. 통곡을 하며 울었기 때문에 체력소모도 많았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눈물은 흘리면 흘릴수록 마음이 쪼금씩 편안해지더니 결국에 몇 년이 지나서야 멈췄다.


눈물이 멈추고 나서도 여러 가지 갈등과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가 겨우 평화로운 삶을 사나 싶었는데.. 나에게는 아직 흘려야 할 눈물이 더 남아있었나 보다. '이 정도 고생했으면 이젠 괜찮겠지?'라고 섣불리 생각했던 내가 삶을 너무 만만하게 봤던 것이었다. 이제는 앞으로 내 삶에 어떤 일이 벌어져도 더 놀라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더 놀랄 일이 생기란 뜻은 아니니까 말을 조심해야지.


20년 동안 쌓인 상처도 5년간의 눈물로 다 흘려냈는데.. 지금 밤새워 흘리는 눈물은 내 상처가 치유되는 마지막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취직이 되어 다음 달부터 출근을 해야 해서 이번 달 하반기에는 여행을 조금 길게 예약해 놓았다. 눈물을 며칠간 흘리고 나서 나는 여행을 다녀왔다가, 이제 또 새로운 삶을 시작해 보려고 한다.


‘하나님, 저 고생 많았죠. 저는 이제 손 뗄 테니 하나님이 알아서 처리해 주세요. 하나님께 혼날까 봐 그토록 말렸는데도 제 말을 듣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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