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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반짝 Jun 21. 2024

ㅠㅠ

엊그제는 마음이 좀 슬펐다. 일단 고양이 상냥이가 다시 열이 올랐다. 감기약을 3일 먹고 많이 좋아지고 3일간 체중이 0.1kg 이상 불어서 수의사의 감탄을 자아냈던 상냥이는 3일간 약을 더 먹었는데 다시 열이 조금 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최근에 서울에 갈 일이 자주 있어 집을 자주 비우는데 상냥이가 열이 나니 너무 신경이 쓰였다. 6일간 약을 먹었으면 좀 나아야 하지 않나? 병원에 데려가야 하는데 데리고 갈 시간도 없이 텅 빈 집에 외로이 내버려 두어야 하는 상황이 너무 마음 아팠다. 안타까운 마음에 하나님께 기도를 했다. “하나님, 이 고양이 때문에 너무 마음이 아파요. 제가 어쩔 수가 없으니 하나님이 낫게 해 주세요.” 새벽 5시에 고양이가 장난치느라 난리법석을 떨어서 2시간 만에 잠에서 깨었다. 열은 나는지 안 나는지 모르겠다. 고양이가 어제 새로 간 침대 시트를 잡아 뜯고 난리가 났다. 아니, 이게 얼마짜리인데… 참고로 내 침대는 엄청나게 비싸다. 나는 거의 대부분의 모든 가구를 당근에서 구매해 2000만 원 가까운 돈을 절약했지만(진짜다^^) 침대는 엄청나게 비싼 것을 구매했다. 침대, 의자, 신발은 좋은 것을 써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일어나기가 힘들었지만 고양이에게 장난감을 줘서 비싼 침대를 지키기 위해 벌떡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 미라클 모닝을 강제로 시켜줘서 고마워^^;


그날 마음이 슬픈 이유는 또 있었다. 나는 며칠 전 대학병원에서 장장 6시간 반 동안 심리검사를 받았다. 전남편이 나를 가정폭력으로 고소했기 때문에 나의 폭력성과 반사회성이 어느 정도인지 증명하기 위해 심리검사를 받아 법원에 제출할 것을 권유받았기 때문이다. 그날 아침에 서울 숙소에서 깨어 준비를 하려고 하는데 왠지 눈을 뜨기가 싫었다. 그전까진 검사를 받는 것이 왠지 심리테스트를 하는 것 같아 재밌을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당일 아침 나의 기분은 너무 속상했다. 나는 전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사람들을 사랑하고 싶은데 사랑하는 것이 잘 되지 않아 힘들다’는 말에 깊은 감명을 받았을 뿐이고, 자신의 나이가 많으니 빨리 결혼해야 한다는 프로포즈에 응했을 뿐인데 고소를 당하고 나를 증명하기 위해 심리검사까지 받게 된 이 현실이 너무나도 서글펐다. 나는 20분간 울다가 병원으로 향했다. 아침도 먹지 못하고 9시부터 3시 반까지 바나나 한 개만 먹으면서 검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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