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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반짝 Jun 24. 2024

소화기 마사지 방법

기분이 별로 안 좋다

꼴값 떠는 사람 때문인지, 항생제 복용 때문인지

아마도 항생제 복용 때문에 장 내 환경이 엉망이 되어서 그럴 것이다.

그런데 기분이 나쁘니까 꼴값 떠는 사람에게 괜스레 짜증이 나는 것이다.

사람이 이렇게 간사하다.

운전할 때는 눈치 없는 보행자가 답답하게시리 빨리빨리 지나가지 않아서 화가 나고, 내가 보행자일 때는 보행자가 우선인데 건방지게 차가 사람을 피해 조심스럽게 지나가지 않아서 화가 난다.

이것이 나의 간사한 모습이다. 나도 이런데 그놈의

양심 말아먹은 간사한 원장은 훨씬 더 지밖에 모르는 것이 당연하겠구나 싶다.


요즘 빈혈이 심해서 보혈약 중 기본 처방인 사물탕 과립제를 먹었더니 건조했던 피부에서 갑자기 광이 난다. 뭐지 이 촉촉함은?

사물탕은 방제학 교과서에 첫 번째인가 두 번째인가에 나오는 기초 중의 기초 처방이다. 내가 한의대에 입학한 지 14년째인데 진작 먹을걸. 그동안 보습 화장품만 괜히 엄청나게 허비했다.

이렇게 사람은 등잔 밑이 어둡다. 다시 나의 무식함을 깨닫는다. 내가 누구를 지적할 처지가 아니다.


위장이 망가지고 염증이 생기거나 기분이 안 좋거나 기타 등등 많은 상황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는 위장 마사지이다.

방법은 아주 간단한데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더 단순하게 설명하겠다.

이렇게 단순하게 설명해도 이 글을 100명이 읽어도 한두 명이 따라 할까 말까일 것이다. 그래도 그 한두 명을 위해 설명한다.

배 주변을 이리저리 꾹꾹 눌러보면 왠지 딱딱하거나, 부어있는 듯하거나, 느낌이 안 좋거나 하는 부위가 있을 것이다.

그 부분을 문질러서 풀어주면 된다.

명치에서 배꼽까지는 위에서 아래로, 배꼽 주변부는 장이 움직이는 방향대로 (앞에서 마주보았을 때 시계 방향으로) 문질러 풀어주면 된다. 맨살에 하면 마찰이 생기므로 미끄러운 옷 위로 마사지하면 편하다.

하지만 옷 위로 해도 마찰 때문에 아마 손이 아플 것이다. 이럴 때 밀대를 이용하면 좋다. 밀대를 배 위에 가로로 놓고 배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밀가루 반죽을 치대듯이 굴리지 말고 밀면 된다. 이게 웬 무식한 방법이지? 싶지만 막상 해 보면 배가 자극되어 구역질과 기침이 나거나 눈물이 날 것이다. 괜찮다! 위장이 부어 있어서 염증물질이 몰려 있을 텐데 그 부종을 빼 준다고 생각하면 좋다. 느낌이 너무 안 좋아서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아니다! 구역질이 나도 웩웩거리면서 좀 참고 염증물질들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기분이 안 좋은 사람의 경우엔 장을 만져보면 갑자기 그때까지 느끼지 못했던 슬픈 감정이 확 올라와 울음이 터질 수도 있다. 괜찮다! 원래 감정은 몸이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감정을 마비시켜 못 느끼던 것을 몸을 자극함을 통해서 느끼는 것뿐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원래 우울감을 달래는 세로토닌이 장에서 만들어져서 뇌로 올라가는 것이다. 장이 안 좋으면 기분이 안 좋은 것이 당연하다.


배가 딱딱하게 굳은 사람의 경우.. 그 부분을 밀대를 세워서 심호흡을 하면서 깊게 눌러서 풀어주는 것이 좋다. 장이 굳어진 것을 말랑하게 풀어주어야 한다. 손으로 하면 손이 아프다. 너무 심한 사람의 경우엔 잘 풀리지가 않는데.. 그게 바로 나였다. 학생 시절 교수님들이 내 배를 만져보고는 이렇게 벽돌처럼 딱딱하고 차가운 배는 처음 만져본다고 했다. 우리 아빠도 우울증이 심하던 시절 장이 완전히 멈춰버려서 변비로 고생을 심하게 했다. 하지만 이런 경우들은 이미 혼자서 집에서 마사지를 해서 좋아지는 범위를 넘어서므로 병원을 가야 하고.. 여기서는 스스로 할 수 있는 범위까지만 얘기하겠다.


아마 이렇게 설명을 해도 스스로 힘든 것을 참으며 마사지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잘 없을 것이다. 진짜 너무 아픈 사람이 아닌 이상 환자들은 내가 잔소리를 해도 잘 듣지도 않고, 특히나 이런 마사지처럼 힘든 것들은 내가 강제로 시행해 주어야 (원장을 때리고 싶은 맘을 참으며) 억지로 겨우 받아준다. 지 몸이 망가져서 아픈 건데 내가 지를 잡아 죽이기라도 하는 나쁜 놈인 줄 알기 때문이다. 나는 환자에게 맞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고 나를 때리지 말라고 당부하며 치료를 한다.(난 폭행으로 고소당한 적도 있다는 은근한 센 척도 함께) 다 자기 아프지 말고 잘 되라고 해주는 건데 내가 치료를 너무 잘 받고 있다고 칭찬하면서 달래고 좀만 더~ 한번 더~ 사정사정을 해야 한다. 어쩔 수 없다. 인간이 지가 아파서 죽을 지경이 아니면 지 몸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 환자가 아프면 안타까워서 아쉬운 입장은 내 쪽이기 때문에 별 수 없이 내가 사정을 해야 한다. 억지로라도 받아주면 다행이지 아파서 죽을 지경이 되어도 병원에 잘 오지도 않는다. 그놈의 골프나 치러 가서 갈비뼈나 어깨 손목이 다 망가져서 와서는 빨리 고쳐줘야 다시 골프를 치러 갈 수 있다고 한다. 갈비뼈가 부러졌는데 골프를 치겠다고? 그지 같은 망할 놈의 환자들. 죽을 정도로 아파 봐야 정신을 차리지. 아니다, 죽을 정도로 아프면 찾아와서 당장 고쳐놓지 않는다고 노발대발 화를 낼 거면서.. 지 몸은 지가 다 망쳐놓고 왜 나한테 난리인지 모르겠다. 어디서 하지 말라는 도박만 잔뜩 해서는 빚을 이만큼 지고 찾아와서 돈 몇천 원 내고 빨리 안 갚아준다고 승질 내는 인간들이 환자들이다. 말이나 잘 듣던가. 어휴 다 미워 미워! 이렇게 욕을 하면서 나는 또 내일도 왕친절열심히 진료를 할 것이다. 원래 더 사랑하는 사람이 지는 법이다. ㅠㅠ 그게 나의 행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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