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짝반짝 Jun 24. 2024

아이고 미안해라 ㅠㅠ

남에게 민폐를 안 끼치고 잘못을 안 하고 살기란 정~말 어렵다. 오늘은 완전 나의 민폐 대잔치의 날이었다.

출근부터 일이 터져 지각을 하면서 출근하고, 갑자기 상처에서 피가 흘러내려 상처를 티슈로 막으며 추나를 하고, 간호선생님이 드레싱 할 거즈를 찾으러 온 병원을 돌아 다른 층 병동까지 다녀오고, 또 나는 최근에 빈혈이 생겨 조금만 움직여도 식은땀이 너무 나고 어지러워 거의 무아지경 상태로 진료를 했다. 그러다 보니 진료시간은 자꾸 늘어졌는데 마침 얼마 전에 바로 앞의 한방병원이 망해서 주말에 그 입원환자들이 몽땅 우리 병원에 입원을 했다고 한다. 나는 지난주까지는 꿀직장이었던 우리 병원이 너무 힘든 헬직장이 되어버렸고, 또 내 몸 상태로 주 1일 진료마저 이렇게 힘든데 내가 지금 다른 곳에 이력서를 내놓았는데 이 상태로 일을 하는 것이 맞나 아니면 이 자리도 그만둬야 하는 건가 심각하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ㅠㅡㅠ 몸이 아프니까 다 힘들고 일도 재미가 없어졌다. 알고 보니 내가 그런 고민을 하며 무아지경으로 진료를 하는 사이 너무 착하신 2과 원장님께서 입원환자 액팅을 거의 다 커버를 하셨다고 한다. ㅜㅜ 아이고 미안해라… 저녁에 내가 혼자 진료를 하는데 환자가 역시나 몰려들어 마구 밀리기 시작했다. 직원들 표정이 많이 안 좋았다. ㅠㅠ 아이고 미안해라~~


끝나고 치료실 직원들한테 저 때문에 너무 힘드셨죠 라고 물으니까 원장님이 힘드셨죠 라고 한다. 내가 에이~ 본심이 아니잖아요! 솔직히 저 때문에 힘들었잖아요! 라고 하니까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ㅠㅠ 환자들이 기다리니까 달래야 하고 2과 원장님도 도와드려야 하는데 지금 갑자기 입원환자가 몰려와서 분위기도 살벌하다고 한다. ㅠㅠ 흑흑 미안해라… 거기다 개인적으로 힘든 일까지 있어서 표정관리를 못 해서 죄송하다고 한다. ㅠㅠ 그랬구나.. 너무 죄송하다고 제가 원래 빨리 할 수 있는데 최근에 헤모글로빈이 8까지 떨어져 식은땀이 너무 나서 도저히 못 했다고 담에는 더 잘하겠다고 했다. 같이 주차장 계단으로 내려가면서 저도 소송을 당하는 등 별일이 다 있는데 같이 힘내자고 했다. ㅜㅜ 오늘 얼마나 눈치 없는 내가 짜증 났을까 싶은데 날 미워하지 않고 용서를 해줘서 고맙다 ㅠㅡㅠ


작가의 이전글 욥기 23-24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