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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반짝 Jul 05. 2024

고통을 애도함

예전에 나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사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하며 내 인생은 그래도 견딜 만한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5년간의 통곡을 하면서도 나는 그 과정이 그렇게 못 견딜 정도로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물론 살이 떨리도록 깊이 아프고 아린 고통에 몸이 벌벌 떨릴 정도였지만 나는 이미 내 안에 내재되어 있는 아픔을 꺼내 느끼는 것이 두렵지는 않았다. 어차피 무의식적으로 고통받는 것보다는 상처를 꺼내 울고 나면 시원하기라도 해서 어떤 면에서는 좋았기 때문에 나는 얼른 낫기 위해서 열과 성을 다해 그동안의 아픔을 느끼면서 울었다.


내가 진정한 고통을 알게 된 것은 나와 내 가족과 이 세상 사람들의 영혼의 상태를 느끼게 되면서였다. 너무도 비참하고 불쌍해 마음이 찢어지고 죽을 것 같은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 마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은 더러운 거짓말들, 사탄의 입에서 내뱉어지는 극악무도한 더럽고 가증스러운 거짓말들에 영혼이 불에 데이는 듯해 미쳐서 펄펄 뛰게 만드는 고통스러운 싸움을 겪고 나서야 나는 진정한 고통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이 저주받은 땅을 모조리 활활 불태워버리고 싶어지고, 하늘을 찢어버릴 듯이 소리를 질러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나는 눈에 보이는 것이 없을 정도로 아무것도 두려워지지 않게 되어 아주 막 나가기 시작했다. 사탄아, 그래 해볼테면 해봐라, 네 맘대로 나를 짓이기고 내동댕이치고 갈가리 찢어봐라! 할 수 있으면 나를 죽여라!! 이미 넌 내게 수도 없이 그렇게 하려고 했잖아! 나는 차라리 죽는 게 나아!! 어디 한번 죽일 테면 죽여봐라!! 죽도록 고통스럽게 하는 것도 어디 한번 실컷 짓밟아봐라! 나를 찢을 테면 다 찢어버리고 창으로 나를 찌를 테면 얼마든지 실컷 찔러라!! 하나님이 나를 죽이시는지 살리시는지 한번 두고 보자!! 하나님께서 나를 구해주시는지 버리시는지 내가 확인해야겠다! 그리고 나는 끝도 없이 뱃속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을 하늘에 닿도록 내질렀다. 하나님이 나의 고통을 아시도록…


이제껏 나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그런 잔혹한 삶을 살았다는 것이 잘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었다. 더구나 나는 다른 사람보다 감정을 매우 민감하고 크게 느끼는 기질을 타고났다. 최근에 무려 6시간 반에 걸쳐서 받은 종합심리검사 결과에서도 평소 정서적 자극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이 명백히 3번이나 강조되어 기재되어 있다. 나는 잎새에 스치는 바람에도 마음의 깊은 아픔을 느끼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 일상생활의 일부이다. 그러니 내가 그런 잔혹한 삶을 산다는 것은 얼마나 더 아팠겠는가. 아마도 세상 어떤 누구에게도 쉽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고통을 아는 사람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내가 그만큼 극심한 고통을 겪었던 것을 인정하고 애도하는 날이다. 겪어내고 나서도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감각하지 못할 정도로 크고 깊고 충격적인 고통을 지나온 것이다. 이제야 그때의 고통을 어느 정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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