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사진첩은 자동으로 얼굴을 식별해서 인물별로 사진을 분류해 놓는다. 오늘 전남편의 얼굴을 눌러 들어가 보니 온통 행복하고 웃고 있는 사진들 뿐이다. 활짝 웃고, 빵 터지기도 하고, 수줍어하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하고, 애교를 부리기도 하고, 아기처럼 굴기도 하고, 장난을 치기도 하고, 눈에서는 행복이 묻어 나온다. 누가 이 모습을 보고 신혼의 행복에 푹 빠진 남자의 모습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전남편에 대해 가장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어떻게 자기 스스로가 가장 행복하고 감사해서 눈물까지 흘렸던 순간들을 한순간에 완전히 부정하고 가차 없이 버릴 수가 있을까? 전남편은 그렇게 행복해하다가도 약간의 갈등만 생기면 아무 문제도 없이 행복했던 결혼생활에 대해 갑자기 나의 문제 때문에 본인은 힘들었고 내가 모든 것을 다 망쳤다며 비난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소장에는 온통 나에 대한 비난과 내가 얼마나 한심하고 나쁜 사람인지에 대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나를 비난하기 위해서 스스로의 행복까지 포기한다는 것이 나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고 의아하였다. 아마도 스스로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 자신의 모든 행복을 다 포기하는 것보다 더 두렵고 공포스러운 모양인가 보다 짐작할 뿐이다. 앞으로 전남편이 과거의 행복했던 그때만큼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할 것 같아 진심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내 마음에 슬픔이 느껴지는 것도 스스로의 행복을 포기하고 공포에 굴복하여 불행의 길로 걸어 들어가는 한 사람의 삶이 너무나 안타깝고 불쌍해서인 것 같다. 웃고 있는 전남편의 얼굴이 마치 마지막으로 웃을 수 있었던 순간처럼 느껴져 마음이 많이 아프다. 하나님 안타까운 그를 위해 기도합니다. 아프고 상한 영혼을 보살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