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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반짝 Apr 10. 2024

자랑

하나님께 사랑받는 나

오늘은 내가 하나님께 얼마나 사랑받는 사람인지에 대한 자랑을 하고 싶다. 원래 나는 이런 자랑을 다른 사람에게 섣불리 하지 않고 살아왔다. 내가 파수꾼이 아침을 기다리듯이 주님을 끝없이 기다리는 시간을 보낼 때 다른 사람들이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께 은혜를 받은 경험을 간증하면 내 마음은 정말 죽을 듯한 질투심과 서러움으로 너무나 외롭고 괴로웠기 때문이다. 나는 왜 예수님이 온 세상 사람들을 위하여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다고 하는데 그 온 세상 사람들 중에 나 혼자만 빠져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지 도저히 알 수 없을 정도로 외로웠다. 그래서 다른 사람도 그런 기분을 느낄까 봐 여태까지 하나님께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자랑을 크게 한 적이 없지만 ^^ 오늘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 말고 다른 사람에 대해 하나님이 나보다 저 사람을 더 사랑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음 놓고 지금까지 잘 말하지 않았던 얘기 중의 하나를 꺼내 보려고 한다.


나는 어린 시절 아마도 일곱 살 무렵이었던 것 같은데, 그냥 아무 이유 없이 하나님이 나를 미친 듯이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확한 전후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는 시골 목사의 딸이라 교회 사택에서 살고 있었는데, 내가 교회 마당에 서 있는데 하늘에서 엄청난 사랑과 축복이 눈부신 빛처럼 쏟아져 내리는 것 같았던 기억이 난다. 왜 그런 느낌이 든 것인지, 갑자기 그런 것인지 서서히 그랬던 것인지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조금 나이가 든 이후에 그런 경험을 했다면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엄청난 사랑을 느꼈다고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당시 나는 어렸기 때문에 그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전율과 두려움마저 느껴지는 황홀하고 행복한 순수한 기쁨의 감정이 당연히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고, 남들도 다 알고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해 버렸다. 그래서 나는 평생 동안 나를 이해하는 사람을 찾지 못한 채 나도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뭐가 맞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혼란 속에 살았었다.


나는 하나님께 사랑받는다는 황홀한 행복 속에서 살았다. 유치원 옆의 대나무숲을 산책할 때면 내 손끝을 스치는 연한 대나무 이파리들과 사각거리며 속삭이는 대나무숲 소리를 느끼며 마치 내가 천사나 선녀라도 된 듯한 기분이었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이 하나님을 찬양하는 듯했고 내게는 생생하고 선명한 기쁨의 경험으로 다가왔다.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신비롭고 기이한 일이었다.


명절에 할머니 댁에 가기 전에 나는 예쁜 비단 한복을 곱게 차려입었다. 나는 어린 시절 한복이나 하얀 드레스를 입는 것을 참 좋아했다. 그런데 이런 예쁜 차림을 하고 할머니 댁에 가서 세배를 드릴 생각을 하니 나를 가장 예뻐하는 우리 하나님이 서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나는 그 누구에게 보다도 먼저 하나님께 이런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세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몰래 예배당에 들어가 강대상 앞에서 하나님께 마음을 담아 예쁘게 절을 했다. 이 사실은 최근에 내가 아빠에게 털어놓기 전까지 그 누구도 몰랐던 얘기이다. 부모님께는 그런 모습이 부끄러워 결코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없을 때 누가 볼까 봐 조마조마하며 절을 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후에 나 스스로가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님 입장에서 내가 얼마나 사랑스러웠을까^^라고 생각하며 혼자 뿌듯해하고는 했다.


당시 나는 하나님께 나는 반드시 하나님을 위한 인생을 살겠다고 서원을 했다. 그런데 나는 순교자들처럼 고문을 받거나 하면 약속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절대로 그런 두려운 일은 없게 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내가 24살부터 5년간 상담을 받은 상담사 선생님은 내가 그렇게 기도를 한 일에 대해서 부모님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부모님께 부끄러워서 절대 이런 사실을 말하지 않았고 우리 아버지는 내가 그렇게 한다고 해서 절대 칭찬하실 분이 아니고 오히려 칭찬받기 위해 자랑하는 것에 대해 경계를 하실 분이기 때문에 그것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 이ㅇㅇ 선생님, 저는 정말로 진심으로 하나님께 기도를 했습니다. 절대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한 것이 아닙니다. 저는 억울합니다. ㅜㅜ


당시 교회에서 목사였던 우리 아빠는 정치하는 목사들에게 공격을 받아 정말 힘들고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혼자서 교회에서 간절히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께 제발 우리 아빠를 도와주시라고, 그러면 내가 하나님을 전하는 전도자로 살겠다고 서원을 했다. 나는 그때 하나님이 우리 아빠를 도와줬는지 안 도와줬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나는 그 이후로 아주 오랜 시간 동안 하나님께 버림받은 기분으로 믿음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내가 신학을 전공하여 전도사가 되지 않으면 서원을 어기는 것이 아닌가 하여 두려운 마음을 계속해서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시험이 들 수 있으니 서원은 반드시 신중하게 해야 한다. ^^


나는 어린 시절 하나님의 사랑을 느낀 이후로 아주 가혹하고 잔인한 시간을 오랫동안 보냈다. 여기에 그 고통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나를 상담한 전문적인 상담사들은 하나같이 “어떻게 죽지 않고 살아남았는지 신기하다. 죽지 않으면 조현병이 왔을 환경인데 어떻게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남았는지 의아할 지경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는 것만 말해두겠다. ^^ 나는 하나님의 기적적인 손길이 아주 많이, 자주 필요했고 나는 그 시간을 나름대로 행복과 아름다움을 느끼며 살아올 수 있었다. 나는 하나님께 내 운명이 너무 가혹하니 인자하심이 약간이라도 있으시다면 제발 죽여달라고 처절하게 빌던 순간에도 그런데 사실 나만큼 행복하게 살아온 사람도 없을 것이고 세상 그 누구도 부럽지 않다는 것을 인정했다. 세상 어떤 모든 축복을 주어도 살고 싶지 않은 오랜 고통의 눈물과 그런 고통마저도 없던 일처럼 잊어버릴 수 있는 기쁨과 행복이 나에게는 모두 허락되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하나님께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자식이었다. 하나님은 어떻게 이렇게 멋지고 대단할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강하고 크신 분이시면서 동시에 어떻게 이렇게 섬세하고 절절하게 나를 챙겨주실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기쁨과 선물을 주시는 하나님이시다. 이런 하나님은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에게도 내게 주신 것보다 더 크고 많은 사랑을 주기를 원하실 것이다. 하나님은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기를 원하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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