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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반짝 Nov 09. 2024

감정은 영혼의 소통신호

나는 정서가 예민한 편인데 왠지 모르게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다지 호감이 가지 않고 좀 기분이 별로인 사람들이 있다. 환자들을 볼 때도 대부분의 환자들과 웃으며 잘 지내는 편이지만 왠지 모르게 처음부터 표정이 별로이거나 속으로 짜증을 참고 있는 듯한 예민한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는데 나도 이런 사람들을 별로 안 좋아하지만 이런 환자들도 나를 그다지 믿거나 좋아하지 않는다. 라뽀 형성이 잘 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내가 무의식적으로 억지로 치료를 하는 티가 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결국에는 치료가 잘 진행되지 않고 소소하든 아니든 이런저런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치료를 하면서 왠지 마음이 찝찝하고 마음이 편하지 않을 때 환자에게 예후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최선을 다해서 하지만 거의 대부분 다음번에 와서 불평을 늘어놓곤 한다. 처음에 진상 같아서 좀 짜증이 났지만 인내심을 갖고 잘 설명을 하면 환자가 마음을 열고 활짝 웃으며 돌아가는 경우도 많지만, 무례하고 나를 의사로 존중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면 거의 100프로 치료가 잘 진행되지 않고 문제가 생겨 중단이 되는 것 같다. 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는데, 임상 8년 차임에도 환자들에게 앳되다는 소리를 듣는 나의 인상 영향도 있겠지만, 환자 본인이 애초에 본인이 나을 것이라는 믿음이나 낫고 싶은 마음보다는 그냥 빨리 이 귀찮은 일을 누가 떠맡아서 처리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짜증스러운 마음을 품고 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환자에게 내가 진단한 내용과 치료 방향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을 했는데 "제가 아는 사람이 한의사인데 근육통이라고 했어요. 그냥 근육통으로 보고 치료해 주세요. "라거나, "손이 저린데 왜 목에 침을 놔요? 이렇게 하면 확실히 낫는다는 보장이 있어요? "라는 말을 들으면 참 답답하다. 이런 사람들은 나를 믿고 치료를 받는 것도 아니고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치료를 해 달라고 하면서, 낫지 않는 책임은 나에게 묻고 부작용이 생겼다며 온갖 짜증을 부린다. 나더러 어쩌라는 말인지.. 왜 나한테 오는 것인지... 나도 모르겠다. 


나는 이런 환자들을 처음 딱 표정이나 목소리만 보고 느낌이 별로 좋지 않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나의 예민한 정서가 반응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의사는 진료를 거부할 권리가 없기에 그냥 최대한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치료를 진행하는 수밖에 없는데, 결국에는 처음 직감이 맞았던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환자에게서 컴플레인이 들어왔다는 얘기를 들으면 왠지 모르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 환자가 장본인인 경우가 많다. 또한 나는 수많은 환자를 보기 때문에 환자들과 있었던 일들은 사실 지나고 나면 대부분 잊어버리는데, 한참 이후에 다시 차트에 있는 환자 사진이나 실제 얼굴을 대면하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왠지 기분이 안 좋아서 무슨 일이 있었나 차트를 뒤져보면 이전에 문제가 있었던 환자였던 경우가 많다. 대체 본인이 진심으로 치료받고 싶은 마음이 없고 나를 믿는 것도 아니면서 왜 오는 것일까? 내게는 결과가 뻔히 보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감정소모를 하고 싶지 않지만, 이런 사람들은 스스로의 감정이 불편한 이유를 타인의 탓으로 전가시켜서 해소하기 위해서 한의원에 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느낌을 내가 무의식적으로 느끼기 때문에 기분이 나빠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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