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헐렁하고 냉담하게"
나와 동일 업종에 종사했던 이의 이야기를 만났다. 그녀의 말마따나 ‘조금 헐렁하고 냉담하게’ 써 내려간 이야기에 공감 200%다. 수식 없이 냉담하게 써 내려갔지만 그녀의 고뇌와 한숨, 그리고 바람이 행간 사이사이에 묻어있다. 꾹꾹 눌러쓴 마음에 내 마음이 사뭇 들까부른다. 거른거른한 고민과 이악스러웠던 숱한 날들의 나를 만난다. 그 사이사이 공감과 위안이 갈마든다.
여름이 지나 가을이 오면 또 대학 입시다. 계절의 변화가 나를 닦달질한다. 다른 것에 흘깃흘깃하지 말고, 입학업무 준비를 구메구메 하라고. 그 부추김에 반(反)하여 내 몸과 마음은 미적지근하다. “만일 할 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겟세마네에서의 이 기도가 이루어지는 기적은 일어날 수 없는 걸까?
마음은 벌써 겨울을 지나 봄으로 줄달음질친다. 이런 내가 못마땅한지 입시의 계절이 연득없이 달려든다. 책상 위에 버릊어 놓았던 마음을 깔끔하게 치워 봐도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친다. 닦달질하는 교육 말고, 꿈꾸는 것이 유감스럽지 않은 교육이, 대입정책이 실현될 수는 없는 걸까? 오늘도 잠 못 이루는 밤 예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