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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일춘 Oct 22. 2021

'코로나 블루' 꺼져버려


“하루 10분의 시간을 붙잡아 자신의 마음과 대면하고, 꼭 안아주세요."  - 어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말



힘들다. 원치 않은 동거가 벌써 1여 년 째다.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 내 일상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이제 그만 작별을 해야 되는 익숙한 것들이 하나, 둘 늘어난다. 문제는 이 상황이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라는 것과 이 시간의 끝이 언제쯤인지 가늠할 수 없다는 거다. 코로나19는 이제 내 생활의 일부가 됐다.  


이 동거인은 내 일상의 포기와 멈춤을 강요한다. 삶의 반경도 좀먹는다. 그 억지스러움과 먹성이 내 삶의 필수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경계를 분명하게 만들었다. 나는 조금이라도 몸이 불편하면 무리하지 않고 집에 머무르며 휴식을 취한다. 주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최소한으로 한다. 부득이 누군가를 만나게 될 때면 1m 이상의 건강 거리를 유지하고 악수는 하지 않는다. 불필요한 외출은 거의 하지 않는다. 하루에도 수십 차례 30초 이상 비누로 깨끗하게 손을 씻는다. 하루 2번 이상 집과 사무실 환기도 잊지 않는다. 외식보다는 밀키트로 가족들과 끼니를 같이한다. 마스크는 이제 또 하나의 가족이 된 지 오래다. 내 일상에 ‘코로나 미니멀 라이프’가 자리 잡았다.  


이 객식구 덕분에 삶의 경계는 또렷해졌는데 날뛰는 편두통이 말썽이다. 동거 초기에는 진통제로 증상이 쉽게 완화됐다. 하지만 동거 기간이 길어질수록 열이 뻗친다. 증상도 다양하다. 무엇보다 답답하다. 감염 위험에 대한 우려로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숨이 막힐 듯이 갑갑하다. 불안하다. 나도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하지 않다. 두렵다. 작은 증상에도 코로나19가 아닐까 마음이 불안하다. 무기력하다. 일상생활의 제약이 계속되면서 기운과 힘이 없는 느낌의 연속이다. 집착한다. 코로나19 관련 정보와 뉴스에 마음이 쏠려 과도하게 매달린다. 경계한다. 본능적으로 주변 사람들에 대한 경계하는 마음을 늦추지 못한다. 상실감이 크다. 당연한 일상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되고, 불가능해지면서 심한 박탈감을 느낀다.      


답답함, 불안, 두려움, 무기력, 집착, 경계하는 마음과 상실감에 쉬이 피곤하다. 얼굴이 부석부석하고, 몸이 찌뿌드드하다. 무기력함과 함께 밥맛도 없고, 소화도 잘 안 된다. 몸과 마음이 뾰족하니 직장 동료에게, 아내에게, 아이들에게 뾰족하게 반응한다. 몸도 마음도 면역에 비상이 걸렸다.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짐작컨대 나는 ‘코로나 블루(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에 걸렸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된 작년 8월 말부터 기분이 언짢고 명랑하지 않다. ‘머지않아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을 거야’는 희망이 사라지자 ‘코로나 블루’를 넘어 ‘코로나 앵그리’까지 감정이 극에 달했다. 내남없이 다 그럴 듯싶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일 터. 문제는 이러한 감정의 원인 자체가 초점이 아니라 계속해서 우울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우울을 극복하기도 전에 다시 우울해질지도 모른다는 염세적인 생각에 사로잡힌다.  




어김없이 가을이 왔다. 예년과 달리, 가을은 교정의 벤치에 엉거주춤 걸터앉아 우물쭈물하고 있다. 그 모양이 애처롭기 그지없다. 텅 빈 교정에 홀로 우두커니 서서 가을을 맞이하니 한없이 서글프다. 가을이 이토록 오시럽기는 처음이다. 가을도, 바람도, 구름도 모두 푸석푸석하다. 이 싸움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작금의 힘듦보다 이 터널의 끝을 알지 못함이 더 힘들다. 우울하다. 


생각해보면, 우울 역시 나의 정상적인 감정 반응 중 하나다. 늘 그랬듯 이 우울을 겁내지 않고, 조절할 수 있으면 된다. 외적 상황과 내적 갈등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 우선이다. 마음 챙김, 마음의 근육 키우기, 걷기를 통해 나는 '코로나 블루'를 이겨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1. 마음 챙김

우울한 감정이 무기력한 나를 끊임없이 재생산해낸다. 삶의 활력도 땅바닥에 처박혔다. 차분한 시간을 가질 심리적 동기가 숨을 쉬지 못한다. 책을 읽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쉽지 않다. 집중이 되지 않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본다. 내 마음을 오롯이 들여다보며 날뛰던 감정들을 하나하나 적어본다. 답답함, 불안, 두려움, 무기력, 집착, 경계하는 마음과 상실감까지. 내 생각과 마음을 챙기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2. 마음의 근육 키우기

마음의 근육을 다시 돌아본다. 운동을 통한 자극에 의해 신체의 근육이 자라듯 마음의 근육도 자극을 통해 자란다. 코로나19라는 고통스러운 자극을 피하지 않고 마주한다. 지금까지 잘 해냈던 작은 성공경험들이 있지 않은가? 가장 깊은 밤은 새벽이 오기 직전의 시간이다. 이 자극에 지지 않기 위해 마음과 신체의 면역을 키운다. 이겨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도 다시 소환한다.    


3. 걷기

걷기도 다시 시작이다. 걷기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17%밖에 쓰지 않는 폐를 깨운다. 땀을 흘리며 걷다 보면 폐가 최적의 상태가 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폐를 깨끗이 청소하면 맑은 피를 공급하고 스트레스도 낮출 수 있다고 하니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두 발로 걸으며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내 의지대로 살아가는 것을 배운다. 어제보다 한걸음 더 괜찮아진 나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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