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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바빠 Feb 14. 2018

가끔 매력 없는 사람

소주 한 잔 하실래요?

오후 6시 20분 나는 집에서 한량처럼 늘어져 있다.

그때 따르릉 전화 한 통화가 온다.

미술 동영상 플랫폼 에이루트 이 본부장님의 전화다.

오잉? 이 시간에 전화를?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홍 작가님. 작업실이에요?”

“아뇨. 집인데요”

“아. 그래요? 그럼 전화 받기 좀 그런가요?”

“아뇨. 괜찮아요.”


전화를 주신 이유는 내 생각이 나서 전화를 주셨다고 한다.

모 방송국 피디 만나러 가는데 저녁이나 같이하자고 하신다.

본부장님이 저녁을 하자는 것은 술을 마시자는 것이다.


나는 술을 잘 못 한다. 술맛을 모를뿐더러, 잘 마시지도 못한다.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은 붉은 고구마가 된다.


나는 갑작스레 약속 잡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저녁 약속이라면 늦어도 오전이나 점심시간쯤 서로 약속을 잡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번개에 더군다나 술자리라니!

하지만, 이 본부장님의 전화는 반갑다.

나는 벌써 옷을 입고 있었고, 지하철 노선도를 보고 있다.

이 본부장님은 내가 20여 년 알고 지내온 분이신데, 정말 가식이 없으시고,

나를 있는 그대로 대해주신다.

나보다 6살 많으신데, 지금까지 존댓말을 하신다.

내가 그렇게 말을 놓으시라고 했었지만, 지금은 포기상태다.

미술 쪽에 있어서 정말 해박하신 분이고,

가끔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지만, 그냥 들어 줄 때도 있다. 흐흐흐


그냥 좋다.


내가 술 못 마시는 것을 아시는데, 몇 번 번개를 하고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니 좋으신 것인지

가끔 번개를 하신다. 다른 사람의 번개라면 거절하지만,

매너 좋고 기분 좋게 마시는 이 본부장님의 전화라면 나도 좋은 것이다.

그리고 매번 이렇게 말씀하신다.


“홍 작가님은 술을 잘 마셔~”


내가 술을 잘 마신다고요? 여러분 내가 술을 잘 마신다네요~


하긴 내가 이 본부장님과 함께 있을 때 일부러 더 마신다.

술을 강요하시지 않지만, 내가 그냥 합을 맞춰주고 싶은 사람이다.

그 합이 이 본부장님이 세잔 마실 때 나는 한잔 정도랄까.


이 본부장님이 만나는 사람은 좋은 분들일 것 같다는 생각에,

내가 모르는 누가 함께 있다고 해도 거부감이 없이 오히려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예감은 틀리지 않다.


그러고 보니 나는 지금까지 갑작스레 술 마시자고 번개를 잡아본 적이 없다.

나란 사람 가끔 매력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가끔 매력이 없는 사람.


하지만, 자주 매력 있는 사람.


그게 나다.

저와 소주 한 잔 하실래요?


https://www.instagram.com/barab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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