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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래진 Dec 05. 2020

추워야 느끼는 따스함

네 번째 이주 : 겨울

나름 상대방을 존중하는 성격이라고 자부하지만, 뜬금없이 내 생각을 주장하는 몇 개의 포인트가 있다. 예컨대 자취를 하고 있지 않은 이들에게 자취의 필요성을 어필하거나, 걷기 혐오자에게 걷기가 주는 다수의 긍정적인 영향들을 설파할 때가 있다.


이 쓸데없는 고집을 조금 변론해보자면, 상대방의 의견을 꺾으려는 의도보다는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함께 사랑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부리는 일종의 작은 투정이자 영업 활동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최애를 영업하는 n년차 아이돌 팬의 마음이 이런 걸까.


어쨌거나 이렇게 소중한 내 영업 리스트 중 하나가 얼마 전 복귀 무대를 가졌다. 차갑고 시크하지만, 알고 보면 따뜻한 '겨울'이다.

행복 = 코 끝이 시릴 때 호호 불어 먹는 뜨끈한 쌀국수 한 입


겨울은 분명히 춥지만, 반대로 따뜻하기도 하다. 횡단보도를 기다리는 짧은 순간에도 머리를 때리는 추위는 겨울을 지긋지긋하게 만들지만, 익숙한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가기만 하면 건조하고 훈훈한 온기가 겨울을 좋아하는 이유를 상기시켜준다. 겨울의 추위는 싫지만, 추워야 느낄 수 있는 따스함은 좋다.


그래서인지 해마다 겨울이 되면 추위로 뛰어드는 행동을 하곤 한다. 동해 바다를 보러 가기도 하고, 눈이 온다는 소식이 들리면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서기도 한다. 올겨울도 강원도 산골로 눈 구경을 하러 갈 예정이다. 그렇게 온몸으로 추위에 파묻히고, 패딩 주머니 속의 핫팩과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겨울의 따스함을 제대로 만끽하고 싶다.


어쩌다 보니 겨울에 대한 고백 글이 되었는데, 사실 겨울은 대중적으로 사랑받지 못하는 편이라 아쉽다. 2019년 조사에 따르면 4계절 중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은 10%, 즉 10명 중 1명만 좋아하는 비인기 계절이라고 한다. 물론 마이너한 감성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런 겨울의 소수 취향 이미지마저도 좋다.


나의 겨울이 우리의 겨울이 될 때까지. 추워야 느낄 수 있는 따스함을 10명 중 2명이 알게 될 때까지 열심히 겨울을 영업하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겨울밤이다.


 


글쓰기 모임 <이주>

이 주에 한 편씩 생각을 글로 옮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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