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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래진 Jan 29. 2021

내 쉴 곳은 작은 집

여덟 번째 이주 : 집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국토 교통부가 지정한 1인 가구 최소 주거 면적은 14제곱미터, 평수로 환산하면 약 4.2평이다. 내 집은 이보다 약간 큰 16제곱미터(4.8평)이니 문자 그대로 '내 쉴 곳은 작은 집'인 편이다.


침대에 누우면 온 집안이 다 보이는 작은 집이지만, 심리적 만족감은 매우 크다. 가족이라도 성향이 다르면 힘들다는 사실을 일찍이 피부로 느끼고 있었기에, 독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서른 즈음엔 꼭 독립을 하리라고 느슨한 목표를 세워뒀었는데, 30.9세가 되던 2018년 12월, 행복주택에 당첨이 되며 목표를 달성했다. 


비록 회사는 집과 더 멀어져 왕복 4시간이 걸렸고, 전세자금 대출액의 숫자를 보면 숨이 턱 막히기도 했지만,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다. 개똥밭에 굴러도 내 공간이 낫다고 할까. 독립을 하니 매일이 혼자 떠난 여행 같았고, 나도 모르던 나를 발견하는 일은 자취 3년 차인 지금도 여전히 새롭다.


나 요리하는 거 좋아하네


물론 임대기간이 정해진 행복주택이기에 6년 동안 빌려 지내는 '남의 집'이긴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몸과 마음이 쉬어가면 그 집이 내 집이 아닐까. 근 시일 내에 서류 상 내 집을 갖기란 판타지에 가까운 일일 테니, 그런 것에 얽매이지 않으려 한다. 비현실적인 집값과 현실적인 자산의 괴리감을 좁히려고 하기보다는 취향을 발견하고 자아를 실현하며 느끼는 심리적 만족감에 더욱 집중하려 한다. 


사실, 최근 들어 마음이 복잡해졌는데 집도 딱 그만큼 어지러워졌다. 나의 작은 집에 심심한 사과를 전한다. 나를 위해 쉴 곳을 내어주는 건 내 집뿐이니, 이번 주말엔 창문을 활짝 열고 마음과 집을 깨끗하게 청소해야겠다.




글쓰기 모임 <이주>

이 주에 한 편씩 생각을 글로 옮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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