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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래진 Feb 13. 2021

5인치 세상에서 탈출을 다짐하며

아홉 번째 이주 : 스마트폰

여행 가방에 꼭 넣는 세 가지는?


클럽하우스 여행 주제 대화방에서 이런 주제가 나왔다. 간혹 엉뚱한 대답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 순간을 기록하기 위한 카메라, 가볍게 읽기 좋은 책, 음악을 듣기 위한 이어폰 등 공감이 될 만한 물건들이 등장했다. 가만히 듣다 보니 이거 참,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다 해결되겠구나 싶었다.


스마트폰과의 첫 만남은 절로 라떼를 추억하게 만드는 2011년.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이었다. 복학 후 맞이한 조별과제의 '카카오톡 단체방'이라는 것에 참여하기 위해 반 강제적으로 2G에서 3G로 변경. 아니, 진화라는 표현이 더 걸맞을 것 같다. 그 정도로 스마트폰의 세상은 별세상이었다. 문자 수량이 없으면 친구에게 알을 빌리곤 했었는데, 인터넷만 연결되어있으면 무제한으로 문자를 할 수 있다니. 세상에나.


어디 그뿐인가. 스마트폰 카메라의 품질은 점점 좋아지고, 이제는 게임, 영상, 책, 음악 등 세상의 모든 콘텐츠는 손바닥만 한 5인치 속에서 모두 소비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렇게나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니 어찌 모든 시간을 쏟지 않고 배길 수 있을까.


평균 기준 선 자체가 높은 아이폰 스크린 타임


지난 일주일 간 아이폰의 하루 평균 사용 시간은 4시간 45분. 유튜브나 웹툰을 볼 때 쓰는 갤럭시는 2시간 36분을 사용했다. 하루 24시간 중 7시간 21분. 잠자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의미다. 엄마가 아시면 당장 등짝이 따가워질 기록이다.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는 것에 대한 죄의식은 없지만, 손바닥만 한 세상에 갇혀있다는 생각은 떨칠 수가 없다. 더 넓은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볼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편리함과 즉각적인 재미의 노예가 되어 자발적으로 이 작은 세계에서 수감생활 중이다.


다이어트를 할 때는 친구에게 소문을 내면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스마트폰 다이어트를 공개적으로 선언할까 한다. 무작정 굶지 않고, 천천히 필요한 영양소만 쏙쏙 흡수하며 건강하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게 목표다. 5인치 세상보다 큰 A5 크기의 책을 읽고, 그보다 더 큰 세상을 바라보며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글쓰기 모임 <이주>

이 주에 한 편씩 생각을 글로 옮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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