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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Jan 26. 2022

굴_안에 든_

시시껄렁한 시




엄마의 작업장이 겨울밤을 밝힌다

굴과 한 여인의 인생이 마주하는 곳


추운 바다에서 건져 올린 굴 덩어리를

쪼개고 쪼갠다


굴 덩어리 같은 삶을 살다 

건져 올려진 여인은

굴 껍데기 안에 든 실한 굴을 닮았다


걷고 걸어 닳고 닳아 두꺼워진 뒤꿈치는

거칠고 두꺼운 굴 껍데기를 닮았다


제 자식 입에 달달한 것 주어 넣느라

여인 몸엔 짠내가 진동한다


긴 시간 바다 안에 잠겨

겹겹이 단단히 앙다문 입은

누구에게서 누구를 지키기 위함이었나


날카로운 쇠를 통해서만 열리는 

굴을 보자니

제 자식 아픔에 맨발로 뛰쳐나가는

여인이 보인다


겨울밤 

짠 내음 안에서 달달한 자식을 그리며

시간을 쪼개는 여인의 얼굴은

여전히 싱싱한 굴을 닮았다. 









#엄마를위한시

#딸이엄마에게

#바다가싫다한다

#그럼에도바다곁에머문다

#내새끼들젖줄기니까

#새끼들에게민폐안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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