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껄렁한 시
내가 가진 패를 하나 펼치고
가만히 너를 응시한다.
너는 아무 말 없다.
내가 가진 두 번째 패를 하나 펼치고
조용히 너를 바라본다.
너는 가만히 마주 본다.
내가 가진 세 번째 패를 하나 펼치고
너를 응시하는 눈에 힘을 준다.
너는 소리없이 일어선다.
내가 가진 네 번째 패를 하나 펼치다
너에게 소리친다.
'내 패를 네 개나 보고 그냥 가는 게 어딨어?'
너는 돌아서던 몸을 멈춰 서
한참을 바라본다.
한참을...
그리고 마저 돌지못한 몸을 틀어
저만치 걸어간다.
...
...
하아_
너에겐 패가 없었다.
주머니 안에 엉킨 조각들을
꺼낼 수 없어
나를 보고만 있었던 너다.
꺼내지 못한 너의 마음에
나는 무슨 짓을 한 건가
나를 보는 너의 눈을 읽지 않고
내가 꺼낸 패를 보며
진실하다 우기고 있었다.
네 개의 패가 비루한 몸을 뒤틀어
바람에 날려간다.
나의 부끄러움도 데려가 주련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