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ㅂ ㅏ ㄹ ㅐ ㅁ Feb 03. 2022

無_패

시시껄렁한 시




내가 가진 패를 하나 펼치고

가만히 너를 응시한다.

너는 아무 말 없다.


내가 가진 두 번째 패를 하나 펼치고

조용히 너를 바라본다.

너는 가만히 마주 본다.


내가 가진 세 번째 패를 하나 펼치고

너를 응시하는 눈에 힘을 준다.

너는 소리없이 일어선다.


내가 가진 네 번째 패를 하나 펼치다

너에게 소리친다.


'내 패를 네 개나 보고 그냥 가는 게 어딨어?'


너는 돌아서던 몸을 멈춰 서

한참을 바라본다.


한참을...


그리고 마저 돌지못한 몸을 틀어

저만치 걸어간다.


...

...


하아_

너에겐 패가 없었다.


주머니 안에 엉킨 조각들을

꺼낼 수 없어

나를 보고만 있었던 너다.


꺼내지 못한 너의 마음에

나는 무슨 짓을 한 건가

나를 보는 너의 눈을 읽지 않고

내가 꺼낸 패를 보며

진실하다 우기고 있었다.


네 개의 패가 비루한 몸을 뒤틀어

바람에 날려간다.


나의 부끄러움도 데려가 주련_

작가의 이전글 사라지려다_살아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