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걸음 걸어 나온 정월대보름 이야기
날카로운 소리로 창을 때리는
바람에 맞설 두툼한 옷을 챙겨 입었다
아파트 꼭대기 위에 서면 닿을 듯
가로등 불인지 보름달인지
빛 아래 다리가 있나없나로 가늠한다
달 보러 간다는 소리에
부리나케 협조된 두 아이는
마스크 안 습기가 잔뜩 서리도록
재잘거렸다
앞서 걷는데 아이들이 뒤따르지 않아
돌아보니
여린 무릎이 찬 바닥에
간절히 맞닿아있다
질끈 감긴 눈에 잡힌 주름이
누가 들을세라 마스크 안에
잘게 뱉는 소원
내 눈엔
너희가 달이더라
'엄마! 나온 김에 한 바퀴만 돌고 가자~'
한 바퀴 돌고 들어와
눈썹이 얼어붙은 너희를 보자니
소주 한 잔이 빈속을 타고 들어가는
알싸한 행복이 주는 여운
나는 너희를 낳아
모든 걸 내어주고
자식을 향한 미소가
껍데기로 남은 '엄마'로 사라질 거라 생각했다
허
나
나는 너희를 낳아
마저 자라지 못한
마디마디를 마주한다
마주하지 않으려 숨겨둔 게
쓰레기통 옆에나 겨우 피어난
꽃 한 송이나 될까 했는데
비밀의 화원이 있더라
화원이 있으니
그 안에 수많은 가시가 있더라
그 향을 맡으려 달려드는
너희를 안다 보니
찔려 아프더라
내 가시에 너희가 찔릴까
더 아프더라
엄마는
'나'로만 있었다면 하지 않았을
비밀의 화원으로 내려가
날 선 가지들을 도려내고
웃자란 가지들을 쳐내
독이 오른 가시를 달래
가시를 떼어 코에 붙어
코뿔소 모양으로 너희를 웃겨
너희가 마음껏
내게 내달려
안겨올 수 있도록
너와 내가 찔리지 않도록
두 아이를 낳은 줄 알았는데
내가 낳은 건
시였더라
봄이 오는 소리를 눈으로 들으려는
너희의 눈 속에
시가 그려지고
아침 해를 보며
사진 찍는 내게
두장을 더 찍어
아빠, 누나에게도 주라는
마음의 시
거센 바람에 날리는 비닐
바람이 들어가 춤춘다는 엄마 말에
멈춰 앉아 바람의 춤사위를
새기는 시
'엄마, 나무는 좋겠다. 봄이 오고 있으니까.'
나는 좋다
너희가 왔으니까.
누나가 소원 빌어 태어난
아이
누나와 나눠 낀 귀걸이가
마냥 좋은 너
그림자 창살 아래
자유롭게 나서지 못한 세상 대신
사라진 공룡시대를 불러내는 너
보지 못한 이들의 눈을 듣고
쉬 잊지 않는 네가
매서운 바람 안에서
온화해진 햇살 아래서
조용히 준비하는 것들
피어난 채 겨울을 건너온
마른 풀꽃도
모두 시였다
'우리 가족 아프지 않고 오래오래 함께 살게 해 주세요'
시들의 소원 안에
삶 전부가 들어있었다
그래 그러자
우리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살자
그러자
by 나다운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