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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Nov 16. 2023

필사 책]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김민철)



여행 가방을 꾸리면서 빠뜨리지 않는 1순위는?
책 아닌 아이들 해열제(비상약)이다.

2순위는 사진 찍어도 후줄근해 보이지 않는 옷가지, 떡진 머리나 바람에 앞머리 휘날려 휑한 주변머리가 전체 공개되지 않도록 모자도 하나 챙겨 넣는다.

3순위가 책이다.
가방에 바퀴가 있냐 없냐에 따라 고민된다.
책이 질량이나 내용적인 면에서 무겁거나 두껍지 않을 것. 스토리에 푹 빠져버릴 흥미진진한 책도 건너뛴다.

한 꼭지 읽고 고개 들어 음미할 수 있는 글 조각이면 좋다.

하아~~
짙고 무겁지 않은, 길고 낮은 숨을 내쉰다.
그 길이만큼의 숨을 불러들인다.


그리고 여행 갈 때 챙겨가고픈 책을 펼친다.


여행 갈 때 챙겨가고 싶은 책




여행자는 우연을 운명으로 바꾸는 사람이죠.

잘못 본 지도, 놓쳐버린 버스, 착각한 시간, 하필 떨어지는 비. 여행엔 매 순간 우연이 개입하기에 그 우연을 불행으로 해석하고 있을 틈이 없더라고요. 재빨리 음악의 힘을, 커피의 힘을 혹은 술의 힘을 빌리거나, 작은 가게 속으로 피신해서 작고도 단단한 행복을 손에 쥐어보려 저는 애를 씁니다. 억지로 불행의 핸들을 꺾어 행복으로 향하는 거죠. 놀랍게도 그 순간 가끔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요. 의도하지 않은 삐걱임이 문득 완벽함으로 연결되는 거죠. 그럼 저는 기꺼이 그 우연을 운명이라 믿어버려요. 어떤 심오한 존재가 나를 위해 세밀하게 준비한 이벤트라 기꺼이 믿어버려요.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025 _김민철>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김민철 / 여행 갈 때 책 / 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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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램



여행 갈 때 읽기 좋은 책이라 설명하고 싶었는데, 읽다 보면 여행 가고 싶어지는 책이라 말하련다.

편지를 쓰고 싶어 진다.

여행지에서 푹 찢어 무심히 넣어 보내고선 잊어버리고 마는 순간의 마름질.

나조차도 기억하지 못할 순간이 세상 어딘가를 날아가 그 이의 시간에 한 땀이 되는 일.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나는 당신을 잊지 못하고
당신은 나를 잊지 않았나 하는
의문마저도 낭만스러운 짬을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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