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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Jan 14. 2022

화.

나다운 필사 <인생수업>



두려워한다고

동동거린다고

달라질 건 없었다.


달라지는 건 그 순간 그래도 나는 '걱정' 했고, 뭐라도 하려 했다는 '자기만족'이 남을 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읽고, 그 건조한 무덤덤함이 좋았다. 좋은 것만 내보이는 인간의 면모가 아닌 그 이면이 갖고 있는 것을 보여준 책이었다.


'상실'을 다시 만났다.

나다운 필사 모임  류시화의 '인생 수업'을 통해서다.

1교시부터 10교시까지 가득 찬 수업이었다. 

1장에서 10장에 거치는 수업은 '삶'을 보여주었다.


보여주었다는 표현보다 필사하신 분들이 하신 말처럼 '뼈를 때리다 못해 가루를 만들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이 책 앞에서 뼈 안 아플 사람이 있을까?

정강이 한대 걷어 차인 기분으로 내가 가진 모자란 생각들을 재정비한다.



나다운 필사 / 인생수업 필사 / 화를 낸다는 건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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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쌓여서 생기는 문제점은 우리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이 자신들의 행동에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는데도 우리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잘못을 인정하는 상대방의 사과가 진실한 것을 알면서도 계속 화가 난다면 그것은 오래된 화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계속해서 모양을 바꾸어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화를 낸다는 것은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상처가 현재의 고통인 반면, 화는 가끔씩 찾아오는 고통입니다. 이 상처들을 쌓아 두기만 하고 밖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점차 로 자라나게 됩니다. 


상처들이 오랫동안 쌓이면 치유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집니다.

그러다가 마침내는 그것을 화라고 인식하지도 못하게끔 됩니다. 그 감정을 품고 사는 것에 익숙해진 당신은 마침내는 화의 감정을 자기 존재의 일부로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나쁜 사람이라고 판단하게 됩니다.




나다운 필사 / 인생수업 책 추천 / 필사하기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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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상처를 치유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갓난아기와 어린아이들은 감정을 솔직히 느낀 후에 다음 단계로 나아갑니다.

울고 난 뒤 잊어버리고, 화를 낸 뒤 잊어버립니다. 사람은 죽음의 시기에 이르면 다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정직해집니다.


솔직해지는 법과 화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화는 우리 삶에서 스쳐 지나가는 감정이어야지, 존재 그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 나다운 이야기 ]


'화'에 대한 이야기였다.

'화'를 잘 내는 아빠와 '화'를 삭히는 엄마에게서 자란 나는 '화'를 잘 냈고, '화'를 잘 삭혔다.

흔히 나보다 더 큰 '화'를 가진 이 앞에서 삭혔고, 나보다 더 약한 존재 앞에서 '화'를 냈다.


아이들이었다.


내 안에 삭혀두었던 '화'는 분출하지 못한 채 나와 거주했다. 화가 난다는 건 상처를 입었거나 무엇인가 충족이 덜 되어서라는 것을 인지하기 전에 몸에 새겨버린 '화'는 그 형태를 바꾸어 아이들에게 뿜어졌다.


갓난아기와 어린아이들은 감정을 솔직히 느낀 후에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는 글을 만나고서야 내가 '화'를 아이들에게 새기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표현하는 감정들은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함임을 배운다.


솔직해지는 법과 화내는 법은 나를 보호하고 타인을 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 적정선이 늘 어렵지만 어렵다고 지키지 못한다면 서로의 관계가 안녕할까.


버릇없어 보일까 봐_

커서 독립적이지 못할까 봐_

관계 안에서 소외될까 봐_

다칠까 봐_


지키려는 두려운 마음이 온전히 전해지지 않고 '화'를 통해 막으려 했다.






많은 사람들이 화내는 자신을 자책하면서 화를 삭입니다.
 착하고 사랑스럽고 고상한 사람이라면 화를 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화를 내는 것이 정상적인 반응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내면에 쌓여있는,
자신에 대해서나 타인에 대해서나 또는 신에 대해 갖고 있는
다양한 층의 분노를 해결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인생수업 178p>





감미로운 것, 웃고 있지만 눈물 나는 것, 내 안의 화를 녹일 수 있는 것들은 세상에 즐비했다.

단단한 화는 너무 뜨거워 나오면서 내 목구멍부터 태운다. 상대에게 화상을 입히는 건 두말할 것도 없다.


좋은 음악, 좋은 날들, 좋은 사람들, 좋은 생각.

좋은 것들로 바꿀 수 있는 시력을 높여야 한다. 그럼 그 안에 있던 화가 온도를 낮추어 목구멍도 지키고, 상대에게 보다 편하게 마음을 전하지 않겠나.


모두 개소리라 생각했는데..

이젠 진리의 소리로 들려온다.

비록 별반 다를 것 없는 변화들이지만 파도에 수없이 부딪친 바위가 고운 모래가 되는 시간보다는 더 빠른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


노래를 듣고 책 몇 줄 읽고 관대해진 기분에 나불거려 본다.

이 맛에 또 신이 난다.


매 순간 진지할 수 없으니까_

너무 심각할 필요는 없으니까_


오늘 살짝 심각할뻔했던 내게 손 내밀어 준 제이슨 므라즈, 영화 소울에 감사한 마음_


역시 손은 주머니에 꽂고 있기보다는 자유로운 공간 안을 누벼야 하나 보다.

내 삶을 지휘하라. 

내 삶을 지휘하라. 



기분 좋은 음악 제이슨 므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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