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ㅂ ㅏ ㄹ ㅐ ㅁ Jan 14. 2022

닿은_닿는

나다운 시





머리칼이 물속에서 헤엄치듯 흩날렸다

옷자락이 날아가듯 펄럭였다


뭍에서 온 객이 궁금한지 모래가 신발안을 들여다봤다

신발안으로 들어온 모래가 답답한지 발을 괴롭힌다

허리를 숙여 신발을 벗어 보내주었다

벗은 김에 신발을 손에 들고 뒷짐 지며 걸었다


걷고 걷고 걸었다

멈춰 섰다


이만치 다가와 손짓하던 파도가 저만치 멀어지며 손짓한다

벗어둔 신발을 신고 천천히 따라 걷었다

수억 년 뒹굴다 고운 모래가 된 언덕을 지나 검은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망설였다

빠지면 어떡하지?

신발이 엉망이 될 텐데..

그 사이 저 너머에서 누군가 다급하게 바닷물을 거둬들였다


검은 바다 위에 서있다


주변을 맴돌던 바람도 나를 궁금해하던 모래도 사라졌다


이곳에 네가 어떻게 있는 거야?

이렇게나 큰 너를 왜 보지 못했을까?

햇볕 아래 있던 것도 아닌데 왜 이리 타들어간 거야..

바다가 내게 보여준 건 검은 바위였다.

바위에서 떨어져 나와 조각이 되어버린 돌덩이들이

검은흙에 빠지지 않도록 길이 되어주었다.


어깨 위에 내려앉았던 머리칼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 멀리 물이 밀려왔다

잠시만 기다려줘. 

잠시만




나 아직 검은 바위의 말을 다 듣지 못했어

조금만 천천히 와줘..

조금만




발밑에 찰박한 물이 재촉하듯 나를 몰았다


다시 그곳이다

머리칼이 헤엄치듯 나부끼고

옷자락이 날고 싶어 펄럭이는

움직이지 않는 내게 관심이 없어진 모래가 가득 한 그곳.


바라본다

검은 바위가 있던 바다를


아주 잠시 문을 열 때가 있다

누구든 들어와 나 좀 봐주세요

나 여기 있어요


누군가 다가가 바라본다

그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라

급히 밀어내고 문을 닫는다

'그냥 나 여기 있을래.'



하지만 

너를 봐버린 나는 더 이상 바다에서 파도만 보지 않는다

그 안에 검게 부서질 너만 본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나를 본다


무엇도 바라보지 않는 시선으로

모래가 들어올 기회를 주지 않고 서있다

발이 차갑다 바닷물에 젖었다

물은 보이지 않고 차가운 감촉만 남았다

신발 위에 모래가 남았다

검은 모래였다


그만 가라고

부서져 사라지지 않고 이리 남아있노라

전한다


부서지고 부서지고 부서지고 부서져

닿은 마음


그저 바라보고 그리워하는 것 만으로

닿는 마음














작가의 이전글 공동 수상자_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