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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막쓰다미리 Feb 22. 2024

아니, 바다 보이는 집이라고 했잖아요.

ENFP 엄마 2명과 4명의 아이들의 난리블루스 제주도 한달살기

드디어 내일은 제주도로 출발하는 날이다.


12시까지 잠 못 이루지예는

- 엄마 너무 설레고 기대돼서 잠이 안 와. 내가 제주도에 가다니 꿈만 같아.

- 정말? 그렇게 좋아?

- 응. 엄마. 꿈만 같다는 말을 쓰게 된 게 너무나 꿈만 같아. 그런데 꿈만 같은 게 뭐야?


7살 아이에게 꿈만 같은 걸 설명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라서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한다며 토닥토닥 재웠는데 새벽 5시에,

- 엄마, 아침이야. 제주도 가자~~~

라며 나를 흔들어 깨웠다.


진경이네는 충청도, 우리는 경기도라서 중간 지점인 청주공항에서 만나기로 하고, 애 둘과 캐리어를 들고, 지하철 타고, 버스 타고, 또 버스 타서 청주 공항에 겨우 도착했다.

미리 두 딸과 진경이 두 아들

                     

비행기를 처음 보고 신난 3살들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함께 떠나는 엄마 2명은 모두 극단적 P들!!

첫째 P인 내가 한 일은 "아이들과 한 달 살기" 책을 열심히 읽으며 우리의 한 달 살기를 꿈꾸기였고, 둘째 P인 진경이는 둘 중 조금 더 계획적이고, 꼼꼼한(?) 편이라서 숙소, 자동차, 비행기 예약을 맡았다.

이 정도면 한 달 살기는 거의 완벽하게 계획적이라고 자축하며 비행기 티켓팅을 확인하는데


- 네? 아이 1명이 예약이 안 돼있다고요? 아니 그럴 리가....(있을 수 있어요. 네. 저희는 그럴 수 있죠) 그럼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살려 아니 도와주세요.


다행히도 둘째들이 아직 24개월이 되지 않아 엄마 무릎에 앉는 걸로 탑승이 가능하다고 하시니, 하늘이 우리의 한 달 살기를 응원해주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최저가 항공을 찾느라 우리는 18시 비행기로 제주도에 입성했고, 숙소에 도착하면 8시가 넘을 시간이라는 것을 미리 계획하지 못한 우리는 순식간에 눈에서 사라지는 아이들 4명을 데리고 맛집 검색이라는 사치를 부릴 수 없었기 때문에 쉬운 길로 가기로 했다.


(콜택시 전화하며)

- 기사님, 저희 숙소는 애월인데요, 거기 근처 맛있는 고깃집으로 데려다주실 수 있으실까요?


여행지에서 맛집은 역시나 현지인 맛집이니, 택시기사님이 데려다주신 맛집은 밑반찬을 3번 리필해 먹을 만큼 고기뿐만 아니라 반찬도 맛있는 집이었다. 

역시 제주도에서의 첫 시작이 아주 좋아~~


우리가 달 동안 지내게 숙소는 무려 바다가 보이는 아파트다.

한 달 살기 숙소를 정할 때 아파트와 전원주택의 선택지 중 아이들을 위해 전원주택을 선택하려고 했지만, 제주도가 아니면 바다 보이는 아파트에서 언제 살아보나 싶어 마지막에 바다가 보이는 아파트로 결정했다. 한 달 살기 숙소 홈페이지에서 우리 숙소에서 보이는 바다뷰 사진을 매일 보며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너무 늦은 숙소에 들어와 창밖은 깜깜기만 했다. 내일 아침 두구두구 설레는 마음으로 열어보기로 하며 혹시나 커튼 사이로 바다가 먼저 보일까 봐 커튼을 여민 후에 짐정리와 내일 여행 코스 따위는 내일로 미루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쏴아 쏴아, 파도의 소리가 들리기에는 아파트까지 거리가 있어 그것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파도소리는커녕 공사장 드릴 소리에 새벽부터 잠이 깨어 커튼을 열어보니,


응??????????????????????????????????

- 세아 : 엄마, 바다가 어쩌여~

- 지예 : 바다 보인다매? 바다 없잖아~~ 바다 어딨 냐고~~ 바다 바다~~ 엉엉 엉엉


4명의 아이들이 바다를 찾아 우는 소리는 저 멀리 아득하게 들리고, 우리가 보는 이 풍경이 무슨 풍경인지 이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금세 '아, 또 둘째 P가 숙소 예약을 잘 못 했구먼' 싶었다. '그래, 하루에 1건 이상은 해야지. 오늘은 너무 아침부터이긴 하지만 괜찮아. 그럴 수 있어. 짐을 다행히 안 풀었으니 어서 숙소를 옮기면 되겠군'이라고 생각했다.


- 진경 : 안녕하세요, 아, 저희 어제 00호 숙소 들어온 사람인데요, 베란다에서 바다가 안 보이고 공사장이 이는데 제가 숙소 예약을 잘 못 한 거죠? 홈페이지에서는 바다가 보이는 뷰로 예약을 한 것 같은데 확인 부탁드립니다.

- 집주인 : 아, 공사장이요. 아파트 앞에 빌라가 지어지고 있어서 그럴 거예요.

- 진경 : 네?

- 집주인 : 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실까요?

- 진경 : 네? 아니 바다 보이는 집이라고 했잖아요. 그래서 이 숙소를 결정한 건데 무슨 문제라니요

- 집주인 : 아, 홈페이지에는 아직 수정을 못했는데, 어제까지 살고 나가신 분들은 아무 불만이 없으셨는데요.

- 진경 : 네? 아&&%(((^*)_*&&^**()(*


한참 동안 대화가 오간 후, 결국 집주인이 우리 집으로 와주셨고 미리 알려드리지 못한 점에 대한 사과는 했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집을 옮겨줄 수도 환불을 해줄 수도 없다고 했다.


결론은,

5층 아파트 앞에 5층 빌라가 들어설 계획이고, 우리는 2층에 숙소를 잡았다. 즉, 우리는 한 달을 사는 동안 바다는 볼 수 없으며, 매일 공사 현장의 드릴소리로 아침을 맞이해야 한다는 뜻이다.


멘붕에 둘 다 정신이 나간 듯했지만,

엔프피의 가장 큰 장점인 "그래, 뭐 어쩌겠어~ 그냥 살아~~'로 빠른 합의를 보고 나니 2박 3일 여행 것도 아니고, 매일매일 제주도 바다를 보러 나갈 건데 숙소에서 바다 좀 안 보이는 게 큰 단점은 아닌 것 같았다. 겨우(?) 이런 일로 우리의 첫날의 기분을 망칠 수 없어 우리는 빠르게 외출 준비를 하며 제주도를 만끽할 생각에 들떠 있었는데 겨우 이런 일은 시작에 불과했다. 


� 이 글은 바야흐로 7년전, 2015년 때 다녀온 제주도 한 달살기 이야기입니다. 

     지금 이 아이들은 벌써 16살, 12살 사춘기 소녀들이 되었답니다. 


#제주도한달살기

#제주도고난살기

#애들이다커서쓰는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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