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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막쓰다미리 Feb 23. 2024

너무 다른 부부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ENFP아내와 ISTJ남편의 치열한 러브스토리

P.28
그와 커스틴은 결혼을 하고, 난관을 겪고, 돈 때문에 자주 걱정하고, 딸과 아들을 차례로 낳고, 한 사람이 바람을 피우고, 권태로운 시간을 보내고, 가끔 서로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고, 몇 번은 자기 자신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바로 이것이 진짜 러브스토리다.

알랭드보통,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중에서 



알랭드보통의 이 문장을 읽고 우리 부부의 진짜 러브스토리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남편과 24년째 연애 중이라고 말한다.

나의 주장으로 우리는 결혼기념일 대신 우리가 처음 사귀기로 한 날을 기념한다.

나는 결혼이 우리의 사랑을 망쳐버렸다고 생각하고,

지인들의 결혼 소식에 제발 결혼은 하지 말라며 말리고 다니는 비혼주의자가 되었다.      


남자친구는 다정하고 세심한 사람이었지만, 남편은 잔소리쟁이, 간섭쟁이, 불평불만쟁이다.

남자친구는 나의 장점을 사랑해 주는 사람이었지만, 남편은 나의 단점만 찾아내는 사람이다.

남자친구는 나의 이야기를 웃으며 들어주었지만, 남편은 나의 이야기에 귀를 닫는 사람이다.    


회사가 맞지 않다면 퇴사하면 되고, 친구가 맞지 않다면 만나지 않으면 되고, 심지어 부모, 형제조차도 원하지 않는다면 거리를 두고 살 수 있다. 주로 나의 결핍은 문제회피로 나타났고, 늘 그렇게 나를 위한 일이라고 문제로부터 회피하며 살았지만 남편과의 문제는 회피도, 무시도, 도망도 소용이 없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회피하고 도망치고 싶다면 이혼하면 그만인 것을, 가끔은(?) 사랑하고 행복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행복한 여러 날들에 의지하며 ‘그래, 이렇게 행복하면 됐지. 괜찮아, 괜찮아’라고 덮어두었던 마음들이 작고 사소한 일들로 삐죽 튀어나오면 그동안의 행복은 또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되어 버리고 내 마음은 다시 원점이 된다.


해결해야 한다.

나에게 남편이 어떤 의미인지 찾아야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고민한다. ‘고민해서 뭐 해, 어차피 평생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면 의미를 찾아서 뭐 하려고, 그냥 맞춰가며 사는 거지라고’ 생각해 버렸다가도 ‘글쓰기는 막연한 불쾌감에서 이유 있는 반발로, 사랑에 대한 이해로, 관계에 대한 문제로 고민이 성숙해질 수 있다’라는 은유작가님의 문장에 기대어 남편의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다.   


P. 16

한 때 그가 낭만이라 보았던 것이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는지를 배워가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사랑을 유발했던 신비한 열정으로부터 눈을 돌릴 때 사랑이 지속될 수 있음을, 유효한 관계를 위해서는 그 관계에 처음 빠져들게 한 감정들을 포기할 필요가 있다는 결혼에 이를 것이다. 이제 그는 사랑은 열정이라기보다 기술이라는 사실을 배워야 할 것이다.      


이 문장을 읽고 나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았다.

남편에게 "왜 처음처럼 날 사랑하지 않아? 왜 결혼 전과 달라졌어? 그때가 좋았어. 당신은 변했어" 라고 말하며, 15년이 지난 지금도 처음처럼 사랑이 반짝반짝 빛나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제는 사랑을 유발했던 신비한 열정에서 눈을 돌리고, 기술을 배워야 할 때다.


알랭드보통이 말하는 것처럼 서로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고, 몇 번은 자기 자신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진짜 러브스토리라니 믿고 싶지 않지만, 믿어보기로 한다.      


이 글은 22살 남자친구가 아닌 46살 남편을 이해하고 사랑의 기술을 책을 통해 배워가는 내용이 될 것이다.

이야기의 결론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남자를 사랑한다’가 될지,

‘결국 그렇다면 우리는 각자의 행복을 바라기로 했다’가 될지는 이 이야기가 끝이 나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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