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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라진 사람의 진짜 메시지는 지극히 퇴행적이다.
“마음 깊은 곳에서 나는 아직 젖을 먹는 아기이니, 지금 당장 나의 부모가 되어줘야 해.
무엇이 나를 아프게 하는지를 정확히 헤아려주어야 해. 내가 아기였을 때, 사랑에 대한 관념들이 처음 형성되었을 때, 사람들이 그래주었든 말이야”
토라진 연인에게 베풀 수 있는 가장 큰 호의는 그들의 불만을 아기의 떼쓰기로 봐주는 것이다.
알랭드보통,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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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번번이 우리에게 혼란과 실망, 좌절과 상처를 안긴다.
그래도 우리는 거의 언제나 불평하지 못한다. 우리가 불만 목록을 노출할 수 있는 사람. 인생의 불의와 결함에 대해 누적된 모든 분노를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다. 우리를 해칠 가능성이 가장 적으면서도 우리가 마구 소리를 치는 동안에도 우리 곁에 머물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에게 불만을 쏟아놓는 것이다.
분별 있고 예의 바른말은 모르는 사람에게 할 수 있지만, 밑도 끝도 없이 무분별하고 터무니없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진심으로 믿는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뿐이다.
알랭드보통,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중에서
라비와 커스틴 모두 성인인 된 파트너의 내면에 감춰진 불안한 유년의 자아를 어떻게 안심시킬지를 익혀왔다. 그렇기에 서로를 사랑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성인인 라비와 커스틴의 원시적 자아 어딘가에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성숙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라면 가능한 수준보다 더 많이 세상을 제어해야 한다고 고집한다. 이것이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토록 화가 나고 좌절하게 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