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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막쓰다미리 Mar 15. 2024

드디어, 제주도에서 일상을 누리다

ENFP 엄마 2명과 4명의 아이들의 난리블루스 제주도 한 달 살기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하면 제일 하고 싶었던 것은 여유롭게 마을을 걸어보는 일이었다.

제주도에 여행 올 때마다 올레길을 걸을 때가 아니면 제주의 풍경은 모두 지나가거나 어떤 장소의 풍경뿐이었고, 핫 플레이스만 다니다 보니 차로 이동하며 보이는 마을 풍경이 늘 마음에 남았다.


한 달 살기를 할 때는 꼭 마을을 많이 걸어 다녀야지 싶었는데 막상 오니 좋다는 곳을 한 군데라도 더 보기 위해 정작 우리 마을은 또 뒷전이었다. 아파트만 나가면 바다가 보이는데도 굳이 차를 타고 다른 동네의 바다를 보러 간다. 눈앞에 행복을 놓치는 건 제주도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재석이가 입원을 하고, 차가 없는 우리 세 모녀는 이 때다 싶어 오늘은 동네 여행을 가보기로 했다. 비록 집은 공사장에 막혀 바다가 반만 보이지만 걸어서 아파트 뒤로 나가면 1분 만에 바다를 볼 수 있다.


이 바다를 보러 일주일 만에 오다니..

행복이 이렇게 가까이에 있는데 제주도에 와서도 멀리 있는 행복을 찾아다니고 있는 이유는 뭘까 갑자기 심오한 생각에 빠져들........................... 새도 없이...... 역시나 5분 만에 "힘들어~ 업어줘" 하는 아이들에게는 "그대로 멈춰라~~" 놀이!!!

언제 어디서나 바로 할 수 있고, 언제나 아이들을 웃게 만들 수 있는 놀이다.

갑자기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라고 외쳐주면 그 자리에서 다양한 포즈로 멈추는 아이들.

"자, 앞으로 계속 걸어가다가 엄마가 외치면 또 멈추는 거야~~"라고 주문하면 언제 다리가 아프다고 했는지 기억도 하지 못한 채 열심히 걷는다. 언제 엄마가 구호를 외칠지 모르니 나름 긴장한 상태로 걷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또 이게 바로 행복이지 싶다.

 


우리 말고 아무도 없는 바다에서는 아이들이 위험하지 않은지만 봐주면 아이들은 무궁무진한 놀이들을 만들어낸다. 제주도에서 아이들이 제일 많이 한 놀이는 땅파기, 돌 줍기이다. 어느 곳에 내려놓든 아이들은 일단 땅부터 팠고, 돌부터 주웠다.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 집에 오면 주머니들마다 돌이 한가득씩이었다. 주차장에 내려 "자 오늘 돌들 버리세요~~"하는 게 일이었으니까.



도시에서는 놀이터 흙도 만지지 못하게 하는데, 제주도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다. 어찌 보면 우리 집에서도 가능한 일인데, 왜 제주도에 와서야 만 허락이 되는 걸까.  일상의 행복을, 순간을, 기쁨을 놓치지 않고 살려고 노력하지만 여행지에서만큼 모든 게 괜찮을 수는 없다. 그래서 여행에서의 순간들이 더 소중한 것 같기도 하다.

오늘은 아이들에게 절대 먼저 가자는 소리를 하지 말아야지,

오늘은 아이들에게 절대 안 돼 소리를 하지 말아야지 결심할................. 새도 없이



이 아이는 미역놀이, 이 아이는 모델놀이를 하면 엄마는 어느새 정신이 없어지고 만다.

 "안돼 안돼. 지예야 위험해!! 세아야 안돼~~ 지지지~~ 아우 야~~~ 안된다고~~~ 아우 진짜~~ 이제 그만~~ 이제 그만하세요. 갈 거예요. 어서 갑시다 " 소리를 내고 만다.

엄마는 어떻게든 감성이라는 것을 쥐어짜보려고 하지만 아이들은 그 잠시의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걷기 시작하다가 우연히 만난 카페. 구세주다.

평일이라 아무도 없고, 바다가 보이는 이런 카페가 우리 동네에 있다니. 또 한 번 놀랜다.


잠깐 카페 사진을 찍는 동안 어느새 카페 사장님의 아이들과 친구가 된 달콤은 소꿉놀이 삼매경이다. 달콤에게 감사한 점 하나가 낯을 가리지 않아 누구와도 쉽게 친해진다는 점이다. 엘리베이터를 타든, 지하철을 타든 누구에게나 쉽게 말을 걸고 인사를 한다. 지하철에서는 좌석 한가운데에서 춤도 춘다. 그래서 내향형 아빠는 지하철에서 우리와 멀~~ 리 떨어져 있다.


그럼 나는 아이 하나 있는 엄마처럼 우아하게 세아랑 놀아야지.

세아에게 카페 담벼락에 올려져 있던 소라껍데기 파도소리를 한 번 들려주고 나니 이것 또한 대단한 장난감이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소라껍데기를 귀에 대고 한참을 가만히 있더니 이내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한다.  눈을 감고 파도소리에 맞춰 없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세아가 신기해서 나도 소라껍데기에 귀를 보았는데 나는 파도소리도 들린다. 어렸을 때는 분명히 들렸던 같은데, 세아도 들리는 같은데, 나는 왜 안 들리지..


카페 사장님의 아이들이 집에 돌아가야 한다고 해서 겨우 끝난 소꿉놀이.

이제 우리도 집에 돌아가야 하는데 이번에는 바닷길이 아닌 마을길로 걸어가 보기로 했다.

그런데 세상에 가는 길마다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보물이 우리를 반겨줬다.


< 사진을 클릭하면 1장씩 볼 수 있답니다>

달콤은 강아지가 보일 때마다 멈췄고, 한참을 강아지와 대화를 나누고, 나는 그 뒷모습을 찍었다.

생일 때마다, 크리스마스 때마다 달콤의 가장 큰 소원은 강아지를 키우는 것이다. 엄마의 대답은 매번 '너희 키우는 것도 힘들어. 너희가 강아지 목욕 시킬 수 있을 때 키우자'였지만, 달콤이 16살이 된 지금도 강아지는 키우지 못하고 있다.


강아지가 예뻐서 어쩔 줄 모르는 달콤이 나는 너무 예쁘다.

집에서는 달콤을 이렇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 아침에 눈 뜨면 씻기고, 먹이고, 챙겨서 유치원에 보내기 바쁘고,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또 씻기고, 먹이고, 재우기 바쁘다. 아이들이 다 커버린 지금 이 사진들을 다시 정리하면서 눈물날만큼 행복하고, 안타깝다. 이렇게 예뻤는데, 이렇게 사랑스러웠는데 이때의 나는 힘들고, 힘들었다. 매일매일의 일상들이 지겹고 버거웠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나면 아이들에게 보여준다. 16살의 달콤이 가 7살의 달콤 이를 보며 "어우~너무 귀여워", "너무 예뻐" 한다. 아직도 아기 같은 12살 세아가 3살 세아에게 "내가 이랬어? 나 너무 예쁘다"한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한 순간도 쉬웠던 적은 없었다. 아이가 젖을 떼면 쉬우려나, 아이가 걸으면 쉬우려나, 아이가 학교를 가면 쉬우려나 싶었지만 매 단계단계마다 쉬울 때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이때는 이쁘고 귀엽기라고 했........ 흠흠....)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 한다는 진리는 언제나 옳다. 16살 예민하고 짜증 많은 달콤도 이 시간이 지나면 그립겠지. 그래, 오늘 아침 머리가 마음에 안 든다고, 피부에 트러블이 났다고 짜증짜증 오만 짜증을 다 내고 나간 너의 처참한 방 상태 또한 즐겨볼게. 하..........


바닷길과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마을길.

진경이랑 재석이가 오면 근사한 우리 마을을 소개해줘야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시작된 "다리 아파~~ 다리가 부러질 것 같아~~" 타령~~~~~!!

그렇다면, 두 번째 비장의 놀이는 "그림자밟기" 놀이!!! 엄마의 그림자를 밟아라!! 지령을 받은 달콤이 뛰어다니는 보니 달콤의 다리는 멀쩡한 같다.



노을이 지난 바다를 보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도 모르게 "아, 좋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런 평화로움을 꿈꾸며 온 제주에서 오자마자 정신없는 사건사고가 많아 제주도에 정이 뚝 떨어질 뻔했는행복이란 그렇게 호락호락한 아니야를 알려주려는 사람 정신을 빼놓고 나서야 제주도의 진짜 모습을 보여줬다. 드디어 제주도에서 일상을 즐길 시간이 되었다.


이 행복을 진경이랑 반형제랑 나눠야 하는데... 지금쯤 우리 진경이 병원에서 힘.... 들.............. 겠지?

흠흠흠.. 진경아. 나도 별로 안 행복했어. 애들이 걷기 힘들다고 얼마나 징징거리고, 아우~~ 우리 동네 하나도 안 이뻐더라. 어~~ 별로야. 별로였어. 흠흠흠...



� 이 글은 바야흐로 7년전, 2015년 때 다녀온 제주도 한 달살기 이야기입니다.

     지금 이 아이들은 벌써 16살, 12살 사춘기 소녀들이 되었답니다.


#제주도한달살기

#제주도고난살기

#애들이다커서쓰는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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