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혼자 남겨두지 않는 것

영화 '릴로&스티치' 실사판

by 이정석


유전공학으로 탄생해 온갖 말썽을 일으키는 게 자연스러운 악마 같은 생명체 626. 우주 사령관은 이 위험한 생명체를 행성 밖으로 추방하기로 하지만 결국 그를 제어하지 못하고, 이 생명체는 저 먼 지구로 향하게 된다.


그렇게 그가 닿은 곳은 하와이. 단짝 친구를 원하던 외톨이 소녀 ‘릴로’는 별똥별과 함께 나타난 귀여운 파란색 강아지 626에게 ‘스티치’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릴로에게 스티치는 소중한 친구이자, 하나의 가족이 되며 그들의 외로웠던 일상이 유쾌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스티치를 잡아 우주로 되돌아가려는 정체불명의 요원들이 등장하고 릴로와 스티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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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릴로&스티치’의 줄거리다. 이번에 다룰 이 작품은 2002년 발표된 후 많은 인기를 얻으며 TV 시리즈와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했던 ‘릴로와 스티치’ 애니메이션의 실사 버전이다.


무엇보다 세상 두려울 것 없는 악당 스티치의 좌충우돌 스토리가 실사화되면서 극의 유머러스한 느낌을 제대로 살려 개봉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어린이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릴로와 스티치의 기본적인 캐릭터 속성은 악동이다. 이들은 작중 내내 온갖 사고를 치며 그들을 보호해야할 어른들을 곤경에 처하게 한다. 이 과정에 스티치를 자신의 연구 성과로서 한 단계 끌어올리길 원하는 줌바와 지구 전문가로서 휴양 겸 스치티 포획 작전에 투입된 요원 플리클리가 합류하며 이야기는 더욱 시끌벅적한 소동극으로 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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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생을 넘어 진심으로 확장되는 관계, '오하나'


릴로는 외톨이다. 강하고, 밝고, 쾌활하지만 얼마 전 부모님을 잃었고, 동네에서 천재로 평가받고 유명 대학의 해양생물학과 전액 장학생으로 선발되고도 자신으로 인해 집을 떠나지 못하는 언니와 함께 살고 있다. 가족의 상실과 함께 친구들로부터도 따돌림을 당하고, 릴로를 다른 집에 강제 입양 보낼 수 없어 고군분투하는 언니는 릴로를 사실상 충실히 챙기기 어렵다.


그래서 릴로는 외롭다. 가족은 붕괴했고, 언니는 자신이 생각하는 가족의 원형 ‘오하나’의 개념과 멀게 느껴진다. 따뜻한 이웃이 있지만, 그들이 사라진 부모의 자리를 대신할 수는 없다.


릴로는 엄마처럼 변한 언니가 낯설다. 그래서 고군분투하는 언니를 돕지는 못할망정 자신의 힘겨움에 침잠해있다. 그때 나타난 게 스티치다. 외계 생물체 626은 지구에 온 뒤 생명의 보장을 받기 위해 강아지 흉내를 내며 닐로에게 입양되고, 입양된 후에도 본성에 맞게 온갖 사고를 친다.


릴로와 스티치는 모두 사고뭉치다. 그래서 언니는 릴로에게 잔소리를 하고, 릴로는 스티치에게 잔소리를 하며 그에게 세상의 규칙을 가르치려 애쓴다.


하지만 세상은 녹녹지 않다. 보호국에서는 아이를 키울 여력이 안 되는 릴로 언니 나니에게 가정을 지키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내놓지만, 릴로를 키우는 그녀에게 그 과정은 쉽지 않다. 급기야 그 조건 중 하나인 건강보험 가입이 이뤄지기 전에 릴로가 물에 빠지고 응급실로 향하게 되면서 가족의 붕괴는 가시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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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도 아이도, 직접 경험하며 이해해가는 삶의 과정


릴로&스티치는 주인공 릴로 한 명이 아닌, 그녀를 둘러싼 모두의 성장 스토리를 담고 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엄격해야 했던 나니를 릴로는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악동 스티치를 데려온 후 릴로는 언니와 같은 방식과 태도로 스티치를 가르친다. 물론, 마음 먹은대로 스티치가 따라와주진 않지만, 결국 스티치도 릴로가 이야기하는 가족의 의미를 이해하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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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마음 내키는대로 움직이고 재미만 추구하던 스티치는 변함없이 우리는 오하나라고 외치는 릴로의 가장 중요한 친구이자 진정한 오하나가 된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 우주에서 자신을 잡으러 온 줌바에게 몸을 맡기고, 릴로는 그런 스티치를 구하기 위해 우주선에 탑승한다.


릴로는 언니 나니에게 늘 말한다. 스티치는 오하나라고. 하지만 엄밀히 말해 나니는 스티치를 단 한 번도 허용한 적이 없다. 그러나 나니가 릴로를 이끌기 위해 애쓰던 과정들을 릴로가 이해하고, 릴로가 스티치를 사회화하기 위해 보여줬던 노력을 스티치가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셋은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난다. 줌바의 음모로 위기에 빠진 스티치를 나니가 구해줌으로써 이들의 가족으로서 관계는 완성된 서사를 갖게 된다.


영화는 굉장히 발랄하다. 릴로와 스티치가 펼치는 말썽은 현실이라면 고개가 절로 저어지지만, 영화라는 장르 안에서 한없이 순수하고 즐겁게 그려진다. 지구에 적응하지 못한 외계인 줌바와 플리클리의 모습도 상당히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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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바가 마지막에 폭주하는 장면은 공포스러움마저 자아내지만, 이미 그가 보인 허술함과 스티치의 영악함이 맞물리면서 복잡한 스토리는 주인공들의 승리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그 실질적 사건들을 통해 가족에 대한 묘한 감정과 의미의 이해를 확립하며 등장 인물들은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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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니는 해양생물학과 장학생으로 대학에 진학하고, 릴로는 이웃 할머니의 집에 양녀로 입양된다. 외계인의 정체를 추적하던 CIA 요원조차 이들과 공동체적 관계를 맞으며 줌바가 부쉈지만 결국 다시 재건된 릴로의 집에 자주 들러 마치 가족처럼 잠자리를 간섭하기도 한다.


우연한 사고들을 통해 이뤄진 관계, 그리고 그 안에서 서로에게 기대고 마음을 쏟으며 형성된 ‘오하나’라는 가족적 감정의 유대는 릴로와 스티치의 행보가 단순한 흥미의 모험이 아니라 함께 성숙해가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언니의 가르침을 스티치에게 전달하는 릴로, 그리고 릴로와 스티치의 관계를 통해 진정한 오하나의 의미를 받아들이게 되는 나니. 그 세 명의 가족과 그들을 둘러싼 이들의 진심어린 마음이 영화를 유쾌함을 넘어 아름답게 한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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