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광장'
내로라하는 조직들의 에이스들이 모여 자웅을 겨룬 광장 결투. 그곳의 일인자로 우뚝 서며 주운과 봉산으로 양분된 서울의 조직 질서를 완성한 기준은 새로운 질서와 규칙을 세워야 한다는 이유로 스스로 아킬레스건을 끊고 은둔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주운의 차기 후계자로 손꼽히던 동생 기석이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고, 기준은 은둔 생활을 청산하고 동생의 복수를 위해 나선다.
기석을 기습했던 가출 청소년 무리들을 추적해 무덤방이라는 시스템과 그들을 고용한 배후가 구봉산의 아들인 구준모임을 알아낸 기준은 조금씩 그에게 다가가고 끝내 복수에 성공하지만, 이내 이 사건의 배후에 또 다른 음모가 있음을 알게 된다.
지난 6월 6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드라마 ‘광장’의 줄거리다.
‘광장’은 동명의 원작 웹툰을 드라마화한 작품이다. ‘캐슬’과 함께 네이버 웹툰 2대 느와르로 꼽히며 남성 웹툰 팬들의 절대적인 애정을 받았던 ‘광장’이 드라마화 된다는 소식에 작품이 공식적으로 공개되기 전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다.
특히 웹툰 연재 중에도 댓글 등에서 주인공 기준 역에 적합한 캐스팅 1순위로 언급되던 소지섭의 출연이 성사되면서 더욱 많은 기대를 모았다. 잔인하면서도 현실적인 액션을 구사하던 기준의 캐릭터를 살린다면 한국판 ‘존윅’의 탄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막상 공개된 후 오리지널 팬들의 반응은 실망 섞인 목소리가 많아 보인다. 구준모에게 복수하는 과정을 다룬 중반부까지는 어느 정도 원작의 분위기와 스토리 맥락을 이어갔으나 후반부는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먼치킨 ‘기준’이다.
주먹은 기본, 칼, 그의 전매특허인 쇠뭉치를 단 배트 등 무기를 다루는 솜씨까지 절대 강자의 면모를 가진 기준은 여기다 주변 지형지물을 영리하게 사용하고, 주저 없이 눈을 찌르거나 급소를 공략하는 등 여느 액션물 주인공과는 다른 잔혹함으로 상대가 누구든, 몇 명이든 휩쓸어버리는 사이다 액션을 보여준다.
어설프게 선한 캐릭터가 아닌, 감정을 배제한 듯 냉철하고 무자비하게 싸우는 그의 캐릭터는 웹툰 때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심지어 아킬레스건을 잘린 핸디캡을 안은 상태로도 압도적인 힘을 발휘하는 그의 모습은 진짜 한쪽 발을 못 쓰는 게 맞느냐 아니냐를 두고 미스터리적인 뉘앙스까지 풍기며 캐릭터를 더욱 독보적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기준의 캐릭터는 직접적인 싸움 장면뿐 아니라, 그를 바라보는 주먹 세계 사람들의 기억과 표현, 경외감으로 더욱 경이로운 아우라를 뿜는다.
이는 드라마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이야기의 배경을 다루는 초반부를 심플하게 정리하고 웹툰에서도 명장면 중 하나로 회자되는 PC방 액션 장면까지 빠르게 치달으며 기준의 캐릭터를 명확히 그려내고, 웹툰의 영상화에서 기대하는 템포감을 적절히 살려냈다.
하지만 과거 앞을 막아선 선배를 살려주고, 후에 김 선생을 통해 감옥에서 나온 그와의 일전에서 감정적인 모습을 드러낸다든지, 그렇게 뭔가 사연이 있거나 상황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은 캐릭터를 새로 등장시켜놓고도 아무런 서사적 역할 없이 퇴장시켜버린다든지 하는 부분은 본래 웹툰에서의 스토리와 기준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에게 의아함을 안긴다.
간결해진 스토리, 달라진 설정...만족감은 ‘글쎄’
하지만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이 드라마의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후반부의 스토리 라인, 결과적으로는 드라마를 관통하는 전체적인 서사다.
본래 웹툰에서 광장 전투는 상당히 심오한 의미를 갖는다. 이 광장은 바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을 의미한다. 그 자체로 주먹 권력과 사회적 권력이 결탁한 세계관의 상징이지만, 드라마는 광장의 의미를 단순화시켜버린다.
첫 장면에서의 광장 결투는 장소만 국회의사당 앞일 뿐, 실질적인 의미를 담아내지 못하고 그저 주먹 최강자를 가리는 판으로 끝난다. 대신 등장인물들의 언급을 통해 그들이 지배하는 ‘세상’을 은유하는 단어로 사용된다.
웹툰은 광장이라는 상징성을 통해 권력의 잔혹성과 야비함, 스스로 구축하지 않은 권력의 수혜자가 무너뜨리는 질서, 그 와중에도 틈새를 비집고 판을 뒤집는 남자들의 의리 등 다양한 정서와 메시지를 드라마보다 촘촘한 세계관으로 그려낸다. 이에 따라 기준의 복수와 끝내 죽음으로 끝나는 결말은 자신이 몸담았던 잔혹한 세계에서 스스로 그 세계의 룰과 오염된 현재를 깨부수는 비장미를 전한다.
반면 드라마의 경우 동생에 대한 복수에 집중한다. 동생 기석의 죽음은 후반부로 넘어가며 밉상 빌런 구준모의 일탈이 아니라, 이 바닥의 전체 판을 두고 짜인 음모의 한 조각임이 드러난다.
주운의 아들이자 검사인 금손이 이 세계의 조율자였던 부패한 경찰 김 선생과 손잡고 주운과 봉산이 양분하던 세계를 한 손에 거머쥐기 위해 혼란을 불러올 인물 기준을 세상으로 끄집어낸 것이다. 이런 음모의 전말은 기준이 진짜 복수의 타깃에게 다가가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밝혀지고, 결국 모든 것을 손에 넣은 금손마저 죽임으로써 기준의 복수는 완성된다.
이런 후반부의 새로운 스토리는 권력의 무게가 주는 고통을 유산으로 남기지 않기 위해 일부러 아들을 검사로 키우고 조직의 일에서는 떨어뜨리려 했던 주운의 고백과 맞물려 주먹 세계의 잔혹함과 비정함, 그 뒤의 허무함을 그리는 것으로 웹툰과 다른 색의 메시지를 던진다.
결국 드라마는 웹툰의 다양한 인물들이 엮인 서사와 큰 세계관을 가지치고 타깃을 향한 기준의 복수에만 집중하며 뾰족해진 스토리를 보여준다. 금손과 준모(웹툰에서는 준)가 주운과 봉산의 손주가 아닌 아들로 설정된 것 또한 세계는 축약하고 스토리는 단순화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그 시도가 성공적인지 아닌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드라마만 본 이들 중에는 넥플릭스 스타일의 쾌감이 느껴지는 느와르 드라마로 괜찮은 수준이라는 평이 있는가 하면, 웹툰으로는 걸작으로 꼽혔던 ‘광장’이 드라마화되며 범작이 됐다는 평가나, 웹툰의 분위기와 뉘앙스를 기다렸지만 이를 철저히 배신해버렸다는 평가처럼 특히 원작 팬들을 중심으로 부정적인 반응이 꽤 많다.
개인적으로는 둘 다 각자만의 매력은 있다고 생각한다. 소지섭은 충분히 매력적으로 역할을 소화했고, 액션도 전반적으로 스타일리시하고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그래서 중립을 지키고 싶은 마음도 든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기준이 살려줬음에도 다시 맞붙어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마는 조직 선배와 같은 불필요한 캐릭터, 현직 검사가 아무리 주먹 세계라고 해도 엄연히 기업의 외형을 가진 조직의 수장을 겸하려 하는 기본적인 리얼리티조차 갖추지 못한 설정은, 부정적으로 다소 마음이 기울게 할만한 약점이라 생각한다.
* 이미지 출처: 넥플릭스 페이스북, 네이버 웹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