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변화 방향과 사례 종합 분석(1)
그 동안 이 시리즈에서는 우리 오피스의 미래 변화 방향을 탐색하고, 이를 보여준다고 생각되는 해외 오피스 사례들을 살펴봤습니다.
하이브리드 근무, MZ세대의 유입, AI까지…우리는 지금 ‘일하는 공간’의 개념 자체가 새롭게 정의되는 전환기에 있는데요.
그 동안 10건이 넘는 글로벌 기업들의 오피스 사례를 분석하면서, 우리가 반복해서 마주하게 된 하나의 메시지는 명확했습니다. “공간은 더 이상 단순한 지원 수단이 아니라, 조직 전략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그동안 소개했던 미래 오피스의 방향성과 공간 전략들을 다시 정리하며, 그 안에서 우리는 실제로 어떤 공간의 변화를 찾아볼 수 있었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1. 사무공간은 더 이상 ‘고정된 장소’가 아니다
앞서 미래 사무환경의 반향성 중 유연성(flexibility)과 적응성(adaptability)에 대한 부분을 언급했는데요. 이제 이 요소들은 이제 사무환경 설계의 기본값이 되었습니다.
하이브리드 근무가 보편화되며 좌석은 예약 기반으로 바뀌고, 벽체는 쉽게 이동 가능한 구조로, 사무실은 기능에 따라 매일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Cisco나 JustCo와 같은 회사들은 스마트 센서를 활용해 공간 점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좌석 배치와 동선을 재설계하고 있죠.
이는 단지 비용 절감이 아니라, ‘업무 집중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합니다.
2. 우리는 ‘우연한 만남’을 설계한다
우리가 살펴본 사례 중 많은 공간들이 직접적인 ‘협업’보다 우선해 ‘세렌디피티(serendipity, 우연한 만남)’를 설계하는데 많은 관심을 두고 있었습니다.
JP모건, 마이크로소프트, PwC 등의 오피스에서는 넓은 중앙 아트리움, 계단식 라운지, 커뮤니티 허브가 하나의 관통된 구조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다른 부서, 다른 프로젝트, 다른 시야를 가진 사람들끼리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그 과정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와 협업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한 것이죠.
이제는 책상 옆 사람과만 일하지 않습니다. 공간이 만남을 유도하고, 만남이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미 한참 전부터 이야기되어 왔던 이러한 우연한 만남의 중요성은 점점 오피스 공간을 설계하는 기본 원칙으로 자리잡고 확산되고 있습니다.
3. 집중과 회복, 두 가지 모두를 고려한 설계
‘일에 집중하기 좋은 공간’이라는 말은 이제 너무 흔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구현해내는 것은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그 가운데 우리가 본 글로벌 사례에서는 개인의 몰입도와 건강까지 고려한 환경 설계가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JP모건의 270 파크 애비뉴는 무려 5만 개 이상의 IoT 디바이스를 연결해, 직원 개개인의 온도·조명 선호도에 맞춘 공간을 자동 조정합니다. Google의 Bay View 캠퍼스는 서카디언 조명, 공기질 제어, 지열냉난방, 그리고 넓은 바이오필릭 공간으로, 머무는 것 자체가 회복이 되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바이오필릭 수준을 넘어 다양한 첨단 기술들이 본격적으로 직원들의 웰빙을 만들기 위해 투입되고 있습니다. 웰빙과 생산성이 결합된 공간은 결국 ‘성과를 내는 환경’임을 보여주는 것이죠.
4. 기업의 정체성을 담은 공간
과거에는 기업의 정체성을 담는 수단이 슬로건이나 조직문화 프로그램이었다면, 이제는 물리적 공간 자체가 브랜드와 문화를 보여주는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PwC의 익스피리언스 센터는 고객과 직원이 함께 머물며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고, WeWork는 지역 커뮤니티의 문화와 감각을 담은 공간 구성으로 독립적인 정체성을 구축했습니다.
이제 공간은 곧 메시지입니다. “우리는 어떤 회사이며, 어떤 일의 방식을 추구하는가”를 보여주는 것은 이제 오피스 공간의 가장 기초적이자 중요한 목표로 자리잡았습니다.
5.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사례에서 가장 빠르게 공통으로 등장했던 키워드는 바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었습니다.
순운영 탄소배출 제로(Net Zero Operation)를 실현한 JP모건의 본사, 태양광 지붕과 지열시스템으로 에너지 자립형 구조를 만든 마이크로소프트 레드먼드 캠퍼스는 공간이 단순히 사용자에게 건강한, 상대적으로 지구에 덜 위해한 친환경을 ‘추구’하는 수준을 넘어, ESG 경영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기술은 여기에 실질적인 수단이 됩니다. BMS, AI 기반 에너지 제어, 탄소 모니터링 시스템 등은 운영의 최적화와 투명한 데이터 기반 ESG 대응을 동시에 가능하게 하죠.
이번 글에서는 그동안 분석한 해외 사례들을 통해, 미래 오피스가 변화하는 다섯 가지 주요 흐름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이것들을 핵심 이슈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공간은 전략이다.
협업은 설계된다.
집중과 회복은 양립 가능하다.
브랜드는 공간에 담긴다.
지속가능성은 미래 경쟁력이다.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변화 흐름을 실제로 구현하고 있는 ‘공간 모델들’과, 그에 담긴 기능과 기술들을 더 자세히 분석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