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by 이정석

나는

궁핍을 사랑했다


긴장과 처절함을 덧씌운

집요한 소비,

어떤 세속적 욕망도

마음껏 토해낼 수 있는 자유,

일상은 우리의 무용담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궁핍은 부끄러움이 되었다

쌓이는 나이와 관계만큼

책임의 무게도 쌓여갔다


책임은

가난보다 무거웠고

때때로 나이 든 나는

마음껏 궁핍할 수 있었던

그때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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