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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석 Nov 15. 2024

MZ를 위한 변명(1) - 포기가 선택이 된 세대

전통적인 가치관의 붕괴: 받아들인 M세대와 당연해진 Z세대

MZ세대는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의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입니다. 특히 Z세대는 기존 세대와 전혀 성격이 다른 새로운 세대로서 사회 전반에 큰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죠.


저 역시 Z세대, 그리고 그들이 이끌어갈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무엇을 고민해야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블로그에도 관련한 이야기들을 몇 번씩 다루기도 했는데요.


이번에는 Z에 한정하지 않고, 사회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MZ라는 범주로 이야기를 풀어가볼까 합니다.


MZ는 현재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나 문화적 측면에서나 우리 사회의 중심이 되는 세대이며, 우리 사회의 변화를 핵심적으로 보여주는 용어이기도 합니다. 보통 그 때문에 MZ들의 성향, 사고방식, 문화에 많은 관심이 집중됐죠. 


오피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MZ들은 디지털에 익숙하고, 자기 주장이 강하며, 조직보다 개인을 중시하는 이기적인 특성도 있지만, 직장을 생계의 수단일뿐 아니라 가치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여기며, 사회적 이슈와 가치에도 관심이 많다, 등등의 부정적, 혹은 긍정적인 평가들이 있었습니다. 보통 이런 부분은 이들이 어떤 성향을 보이고 있으니 우리는 어떤 식으로 그들을 이해하고 대응해야하는가에 대한 과제를 풀기 위한 관점에서 비롯되었죠.


하지만 진짜 MZ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저 이런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이나 성향을 숙지하는 것뿐 아니라, 그들이 처한 사회적 배경과 상황에 대해 고민해봐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번 글은 그런 점에서 MZ들이 왜 그런 성향을 갖게 되었는지 나름대로 저의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경향신문 ‘모래시계 학번-X세대 학번 경쟁자인가 동반자인가’ 기사 이미지 * 이미지 출처: 신문 속에서 만난 X세대의 순간들(경향신문 2020.10.24)


X세대는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정점을 상징하는 단어와도 같았습니다. 신세대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렸던 X세대는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른 관점과 가치관을 보이며 사회에 충격을 안겼습니다. X라는 별칭마저 어떻게 정의할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죠. 


온 사회가 힘을 모아 경제성장을 일군 나라에서, 튀는 것은 위험하다고 여겨지던 사회에서 X세대는 과감히 개성을 표출하고, 기존의 패션, 문화와는 완전히 다른 변화를 선보입니다. 당시 X세대를 보던 기성세대의 충격만큼은 지금 Z세대를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그것보다 훨씬 컸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엄청난 에너지를 갖고 있던 X세대도 사회와 직장에 순응했고, 현재는 젊은 세대들에게 꼰대 소리 듣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상황이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터진 외환위기로 실업률이 치솟고 국가 경제 시스템이 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빨리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 그것이 평범한 삶이자 인간이라면 응당 추구해야할 가치라는 생각은 여전히 유효했습니다. 자연스럽게 X세대는 먹고 살기 위해 적당한 선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그런데 MZ는 다릅니다. 2010년대 우리 사회에는 3포세대라는 말이 등장했습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의미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연봉 차이는 점점 커지고, 취업 연령도 높아지고, 취업준비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진 시대, 그래서 M세대들은 무언가를 포기하기 시작합니다. 이후 내집마련과 인간관계를 포함한 5포세대, 여기에 꿈과 희망까지 더한 7포세대라는 말까지 등장했죠. 우리가 여태껏 당연하게 여겨왔던 권리, 가치들이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 된 것입니다.


M세대가 그렇게 생존을 위해 '포기'를 하게 된 세대라면, Z세대는 그것을 포기가 아닌 '선택'하는 세대가 됐습니다. M세대가 포기하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가치의 붕괴는 Z세대에서 완성된 셈이죠. 이들은 그것을 포기라는 비극적 단어로 여길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그것이 인간이 당연히 추구해야할 가치라는 인식이 사라지기 시작했으니까요. 결혼하지 않고, 육아하지 않고 오롯이 내 벌이를 나의 즐거움, 나의 성장에 투자하는 것. 그것은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삶의 방식 중 하나일 뿐입니다.


당장 제 주변, 그러니까 M세대에 속하는 사람들 중에도 딩크족이 상당히 많습니다. 의도적으로 솔로를 추구하는 경우가 많진 않지만, 결혼 후 아이를 가지는 것을 필수로 여기지 않는 사람들은 M세대에도 충분히 많습니다.


결국 Z세대는 억울하고 더럽고 치사해도 반드시 생존을 위해, 생계를 위해 회사에 빌붙어서라도 남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최근 몇 년 간 조용한 퇴사, N잡러라는 말이 유행한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리버스 리크루팅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죠. 


Z세대를 맞이하며 생각해야할 가장 큰 고민은, 더 이상 저연차자들은 조직 앞에 숙이는 자들이 아니며,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이들이라는 점일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외에 MZ세대를 둘러싼 사회적 상황은 무엇인지, 또 그래서 기업은 실제 과제인 이들과의 공존을 위해 무엇을 고민해야할 것인지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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